2014년 12월 3일 수요일

한라산 백록담 찍고 오기


올초 사촌동생들과 당일치기 무등산 서석대 찍고오기에 성공한 이후 반은 빈말로 "다음엔 한라산 백록담을 찍고 오자"고 했었는데, 등산한지도 꽤나 오래 되었고 사촌동생들도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싶고 해서 약 한달 전에 제주행 비행기 왕복편을 예약했습니다. 11월 말이면 잘하면 눈 내리는거 맞으면서 겨울산행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눈오기를 은근 기대도 했었지요. 어쨌든 비행기표 예약한 것 외에는 전혀 아무런 준비도 안하다가 금요일 오후 제주도로 출발했습니다.

6시 비행기를 타고 냉수 한잔 마시고 나니 착륙입니다.




통로측에 앉았기 때문에 야경은 창문으로만 감상.. 에어부산은 처음 타본 듯하네요.
광주에서 오기로 한 동생들과 공항에서 만나 일단 내일 등산하면서 먹을 물과 음료 등 먹거리, 무엇보다도 2014년 최고의 발명품 셀카봉을 사기 위해 이마트 신제주점으로 이동합니다.



셀카봉과 블루투스로 사진을 찍는 버튼을 함께 구입합니다. 셀카봉은 180센티미터 정도로 늘어나서 일반적인 사진과 다른 각도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일단 식량을 마련하였으니 배를 채우러 고고씽. 저녁메뉴는 제주오겹살입니다. 녹두장군님께서 점지해주신 이마트 신제주점 근처 "돈대표"로 낙찰(관련 포스팅 [제주/노형동] 돈대표 - 흑돼지 오겹살).





제주도에 오면 한라산을 마셔주는 센스 ㅎㅎ 두툼한 오겹살과 순두부찌개에 공기밥까지 배불리 먹고 나니 배가 터질 것 같습니다.


숙박은 사촌동생이 이미 예약한 "그린데이 게스트 하우스"입니다. 4인실 1인당 18,000원이었는데, 제주도를 소규모로 여행하는 젊은 친구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거실에서 정보도 교환하고 간단한 음식도 만들어 먹고 할 수 있는 "민박집"이더군요 ㅎㅎㅎ 씨리얼과 계란, 토스트, 쨈 등이 오전 7-10시까지 무료로 제공된다고 하던데 저희는 7시 이전에 길을 나서야 되어서 맛보진 못했습니다. 도착시간도 소등시간(11시) 바로 직전이어서 젊은 친구들과의 교류는 다음으로 기약하고 간단히 씻고 취침에 들어갔습니다.

오전 6시에 기상해서 간단히 준비하고 제주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합니다. 근처에 "옆구리터진올레김밥"이 7시부터 영업을 한다고 하여 아침으로 라면과 김밥을 먹고 점심으로 먹을 김밥 4줄을 쌌습니다. 특이하게 멸치김밥메뉴가 있습니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성판악행 780번 버스(운행간격 10분)를 탑승하여 30분 정도 가서 성판악 탐방로 입구에 도착 후 산행을 시작한 것이 오전 8:38. 1시간 정도 별다른 임팩트 없는 완만한 등산로가 이어집니다. 아침엔 날이 흐려서 안개/구름에 가려진 경치밖에는 구경할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었습니다.




속밭 대피소


속밭 대피소에서 진달래 대피소까지가 꽤 경사가 있는 길이어서 힘이 듭니다.





진달래 대피소는 컵라면(1,500원)을 팔기 때문에 싸온 김밥과 함께 먹는 계획이었지만, 11시경에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해서 아침에 먹은 김밥/라면이 소화도 안되었을 뿐더러 급경사에 너무 힘이 빠져 별로 점심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20분동안 앉아 쉬면서 물과 음료수만 들이키다가 천하장사 소세지와 에이비씨 초컬릿으로 당만 보충하고 정상을 향하여 출발. 날씨는 구름이 걷히면서 개기 시작합니다.








숲길을 30분 정도 더 걸어올라가면 시야가 확트인 공간이 펼쳐지는데, 산 아래로 제주시/바다/하늘이 한눈에 보이는 조망이 매우 시원합니다.






백록담을 800미터 정도 남겨둔 곳에서 명당자리에 자리를 잡고 사진을 찍어봅니다.





드디어 백록담
내내 패딩은 입지 않아도 될 정도로 따뜻한 날씨였는데, 정상의 바람은 햇빛이 있어도 추웠습니다.  백록담이라고 써져 있는 바위에서 인증샷찍기 위해 운집해 있는 사람들이 백록담을 구경하는 사람보다 더 많습니다. 어제 비가 왔다는 정도의 흔적만 보여주는 바닥에 말라붙은 물을 뒤로 하고 관음사 코스로 하산하기 시작합니다.


이번 여행에서 찍은 사진 중에 젤 맘에 드는 사진입니다. 백록담에서 관음사 방향으로 내려가기 시작할 즈음에 보이는 하늘과 바다 구름이 너무 맘에 들더군요. 이 포스팅의 제일 처음에 있는 사진도 여기서 찍힌 사진입니다.



  


한라산의 기묘한 생김새를 보여주는 곳은 관음사코스인 것 같습니다. 기암괴석이 펼쳐져 있는 모습이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한라산에 관해 읽었던 수필을 생각나게 하더군요. 최익현의 "유한라산기"에 나온 다음 부분입니다. 그러나 이 부분을 묘사한 것인지 확실치는 않습니다 ㅎㅎㅎ

"해가 기울어 가 보지 못하고, 산허리에서 옆으로 걸어 동쪽으로 석벽을 넘는데, 벼랑에 기미처럼 붙어서 5리쯤 내려갔다. 다시 산남으로부터 서지로 돌아들다가 안개속에서 우러러 보니, 깎은 듯이 하늘에 치솟아 있는데, 기괴하고 형형색색인 것이 석가여래가 가사와 장삼을 입은 형용이었다."



관음사코스 탐라계곡 대피소




1시 반 정도부터 하산을 시작하여 관음사 입구에 도착한 것은 4시 반경이었습니다. 돌산에 발바닥이 배겨 하산 막판 1시간은 곳통의 행군이었다고나 할까요. 사실 몸이 힘들어 경치는 out of  안중이었기 때문에 남아 있는 사진이 거의 없습니다.


6시 비행기의 시간에 맞추기 위하여 바로 공항에 가서 탑승권을 발급 후 면세점 쇼핑할 기력도 없고 하여 오메기떡만 하나 사 봅니다.

이제 한라산 등산코스 네군데를 다녀왔으니, 혹시 한번 더 간다면 눈꽃이 핀 겨울산행, 진달래가 만발할 때의 봄산행 정도를 가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내려오면서는 항상 욕을 한바가지씩 하면서 다녀오면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신기합니다. 마지막으로 한라산 등산코스 짧은 정리

영실코스 : 영실휴게소-병풍바위-윗세오름-남벽분기점(5.8km) 윗세오름을 통해 돈내코코스와 만남/초보자-가족단위 산행에 적합


돈내코 코스 : 서귀포 돈내코계곡 - 남벽분기점(9.1km) - 윗세오름을 통해 영실코스와 만남/작년 여름에 개방되었기 때문에 길이 매우 험함(100퍼센트 돌길)

성판악 코스 : 성판악탐방안내소 - 속밭대피소 - 사라오름입구 - 진달래밭 - 백록담(9.6km) 백록담을 통해 관음사코스와 만남/비교적 완만한 코스

관음사 코스 : 관음사지구야영장 - 탐라계곡 - 개미등 - 삼각동 대피소 - 백록담(8.7km) 백록담을 통해 성판악코스와 만남/성판악 코스에 비해 급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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