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2일 월요일

MC몽과 통진당 해산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과 관련해서 신문에서도 페이스북에서도 시끌시끌합니다. 진보적인 시각을 가진 분들 입장에서는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게 된다"는 우려가 가장 큰 것 같고,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분들은 "남북한 대치의 특수상황하에서는 정당해산까지도 가능한 것"이라는 입장인 것 같습니다. 어느 쪽의 견해가 더 타당한 것인지 판단할 능력까지는 없지만서도 오늘 페이스북에서 본 포스팅(MC몽과 통진당)에 대해서는 한마디 해야 할 것 같아서 주절주절대 보겠습니다.

우선 위 포스팅이 논리는

MC몽 고의발치-병역기피 사실은 심증은 가나 명백한 증거가 없으니 무죄가 난 것을 보면,
친북성향/이석기 삽질로 인하여 통진당=반민주적 정당이라는 사실 또한 심증은 가나 명백한 증거가 없으니 정당해산까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위 논리는 큰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MC몽의 사건은 형사사건입니다. 형사재판은 개인의 인신을 구속하는 매우 강력한 국가적 제재가 부과되는 재판이기 때문에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것이 적용됩니다. 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들더라도 검사에 의하여 피고인의 유죄가 입증되지 않는다면 피고인에게는 무죄를 선고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바로 "무죄추정의 원칙"의 결론입니다. MC몽 사건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엄격한 유죄의 증명이 이루어지지 못했으므로 무죄가 선고되었을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형사재판이 아닌 재판에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통진당 사건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사건은 형사재판이 아닙니다. 헌법재판소법은 그 심판절차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합니다(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 제1문). 예외가 있는데 바로 탄핵심판 사건의 경우에는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이 준용됩니다(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 제2문). 즉, 헌법재판 중 무죄추정원칙이 적용된다고 할만한 간접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탄핵심판일 뿐이며, 나머지 헌법재판에 대해서 무죄추정의 원칙은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합니다.

특히 정당해산심판이 정당에게 형사벌을 과하는 절차가 아니기 때문에(물론, 정당이 해산되고  정당재산이 몰수되는 등 그 효과가 유사하긴 하나 적어도 이를 형사벌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정당해산심판하는데 정당이 민주적 정당이라고 추정하면서, 반민주적 정당이라고 주장하는 법무부에게 입증책임을 형사재판에서보다 더 가혹하게 요구할 근거가 없습니다. 따라서 정당해산심판을 하는 헌법재판관들은 제출된 증거에 의하여 통진당이 반민주적 정당임이 입증되었다고 판단한다면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정당해산을 선고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물론 헌법재판소의 판결문의 논리가 비약이라는 비판을 할 수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정당이 반민주적이라고 할 때 "민주주의"의 의미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어떻게 확정을 하고 통진당이 그에 반하는 정당이라고 판단했는지에 대해서 엄청난 논의가 있을 수 있는데 단기간에 그것을 끝냈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는 비판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MC몽에게는 무죄를 선고하는 법원에 비추어 헌법재판소가 통진당을 해산한 것은 잘못된 재판을 한 것이라는 취지의 위 포스팅의 결론은 그닥 설득력이 없습니다. 솔직히 MC몽 사건의 경우 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무죄추정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할 수 있을지 저부터도 회의적입니다. 그런 마당에 MC몽 사건의 결론을 가져와서 통진당 실드를 치려고 하는 것(또는 헌법재판소를 비판하려 하는 것)은 한숨만 나오는 일입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헌법재판소는 우리 헌법이 일반 법원보다 훨씬 더 정치적인 판단을 하라고 만들어 놓은 기관입니다. 헌법과 관련된 재판들은 성질상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사인간 또는 사인과 정부간 분쟁보다 정치적인/정책적인 고려가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사건들입니다. 그래서 헌법재판관의 정치적 입장 등이 그 결론에 투영될 수 밖에 없습니다(미국에서도 사실상 헌법재판을 하는 연방대법관들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것이 당연히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주로 다루는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소원재판들이 "바로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정한 법" 등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판단하는 것입니다. 헌법의 추상적인 조항들이 어떤 의미인지 확정하는데 "정치적", "정책적" 고려를 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됩니다. 하물며 정당해산심판에는 당연히 정치적, 정책적 판단이 그 고려요소가 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렇기에 헌법재판소=법원 이라는 공식을 가져다가 일반화한 결론을 들이대는 것은 무리한 일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게 됩니다.

보수화된 헌법재판소를 바라보면서 진보적인 판결을 기대하고, 보수적인 결론을 내린 것에 대해서 민주주의가 사망했다고 탄식하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글쎄요. 소수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이기는 하지만 존중하는 데에도 헌법에 선을 그어놓았고, 그 선을 판단하는 권한을 헌법재판소에 주었습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를 그 권한을 행사하였을 뿐입니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사망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한 10년전 쯤에도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있었습니다. 국회의석을 믿고 한나라당이 탄핵발의를 하고, 그에 동조하는 민주당 때문에 실제로 헌법재판소에 탄핵심판청구가 이루어졌습니다. 당시 탄핵사유가 될 수 없는 사소한 법률위반으로 탄핵을 강행하는 것을 보면서 엄청 흥분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탄핵발의한 국회의원들도 자신들에게 부여된 권한을 행사하였을 뿐인 것이고, 그 덕분에 탄핵역풍으로 국회의 의석분포가 정반대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만약 국민들이 헌재의 판결 결과를 마뜩치 않게 생각한다면, 다음 정권을 바꿔서 헌재의 구성에 진보적인 인사를 넣으면 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여론조사결과 등을 보면 통진당 해산에 찬성하는 비율이 64%입니다(국민 10명 중 6명, '통진당 해산은 올바른 결정' ). 통진당은 보수파 뿐 아니라 중도파 국민들이 생각하는 "역린"을 건드렸다고 생각합니다(물론, 통진당측에서는 조작이고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적어도 제가 접한 언론에서의 보도내용만으로는 그 모임과 모임에서 나왔던 발언전체를 부정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분단을 직접 겪은 세대가 살아남아 있는 나라에서 공당의 국회의원이 "전쟁시 무기를 들고 시설을 점거하는 방식으로 체제전복하자는 논의"를 하였는데, 그 국회의원이 속한 당이 그 모임에 대해서 제대로 조사해서 문제가 된 국회의원을 제명/축출하는 것이 아니라 감싸고 돈다면 그 당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진보들의 과제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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