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13일 금요일

[책 소개] 2014 제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황정은 외, 2014 제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문학동네(2014)

몇년전인가 첫째 동생이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읽고 있는 것을 보고, 저런 형태로 발표되는 소설을 읽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났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소설을 선택의 기준이라고 해봤댔자 베스트셀러로 주위의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어서 대화주제에 참견하려면 필요한 경우, 신문의 책소개 코너에 기자가 하는 평이 맘에 드는 경우 등에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직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한 소설의 모음집을 읽을 생각이 전혀 없었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왜 이상문학작품집을 읽느냐는 제 질문에 첫째 동생은 쿨하게 "재밌어~"라고 대답했던 걸로 기억나네요. 그리고 다 읽었다던 그 작품집을 -물론 하나하나의 소설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지만- 훍어보면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로 특별히 수상작품집을 읽어볼 기회나 생각이 특별히 없었습니다.

그러다 작년 겨울에 아들놈들에게 맨날 책 읽으라는 잔소리만 해대면서 아빠란 작자는 스마트폰만 들여다 본다는 와이프의 비난에 대한 방탄막으로 책을 사면서 특별히 손길을 끄는 책이 없던 차에 첫째 동생이 생각나 골랐던 것이 이 책입니다.

읽는데 거의 3-4개월 이상이 걸리긴 하였는데 의외로 재미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전에는 평론가들의 평론이 소설을 읽으면 다 알 수 있는 내용을 현학적으로 페러프레이즈한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 소설집의 평론들을 읽으면서 소설과 연관되면서도 그 소설과는 구별되는 하나의 작품으로서 평론도 충분히 가치가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무래도 소설을 읽는 눈이나, 소설 속에서 현실을 인식하는 방식 같은 것이 예전같지는 않은 것일 테지요. 매양 어둡고 불편한, 가족 중 누구는 병을 앓고 있거나 불편한 관계에 있고, 다른 사람과 맺는 관계도 삐걱대는 그런 현실을 묘사하는 것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불쾌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우리가 부딪히는 생활의 일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거부감이 훨씬 덜하고 오히려 그것이 소설을 판타지가 아니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쨌든 세월이 흘러간다는 것을 다른 방식으로 느끼게 해준 책입니다. 아직 생각대로 이루어지는 깔끔한 결말이 맘에 드는 젊은이 독자라면 조금 있다가, 넓은 세상에 이렇게도 저렇게도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그들을 소설이라는 방식으로 묘사하는 것이 보고 싶어진 독자에게는 지금에라도 한번 읽어보시기를 추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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