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4일 목요일

1960년대에도 2010년대에도 여전히


요즘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싸가지 없는 진보론"(강준만 "잘난 척만 하는 '진보'는 필패다", 한겨레신문, 2014. 8. 31. 기사)에 대하여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반박으로 소위 "메시지론"(진중권 "진보 세력, 싸가지가 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 동아일보 2014. 9. 2.자 기사), 이에 대한 경희대 이택광 교수의 양비론(이택광 "강준만 '싸가지론', 진중권 '메세지론' 다 틀렸다, 한겨레신문, 2014. 9. 3.자 기사)에 이어, 전직(?) 기자 박권일의 훈수까지(박권일의 2014. 9. 2. 페이스북 포스팅) 다채롭게 흘러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위 가장 인기있는 진보논객들이라고 할 분들이 한마디씩 보태는 모양새가 세간의 이목을 끄는 것도 같습니다.

이 논쟁을 보면서 저는 최근에 읽은 이병주의 소설 그해 오월의 한 부분이 생각났습니다. 사람들의 생각이란 세월에 따라 많이 변하는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는 부분 또한 존재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의 구절이 2010년대까지도 깊은 울림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억지소리다. 모든 사람의 의견이 같을 순 없는 거다. 그 전제 위에서 토론을 해야지. 너희들은 가만 보니 편을 지레 갈라버리더구나. 저 사람은 우리 편, 이 사람은 적 하는 따위로. 그것까진 좋은데 일단 적이라고 규정해 놓으면 그 사람의 말은 전연 듣지 않으려는 폐단이 있더란 말이다. 언제나 자기 편 말만 들어갖고서야 무슨 진보가 있겠어. 우리가 인식의 차원을 넓히려면 반대파의 의견을 더 신중하게 들어야 해. 이 편의 의견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말이다. 래디컬한 사람들이 지적 영양실조가 되어 교조적으로 타락하는 이유가 이런 데 있어. 상대방에 대해 설득력을 갖자면 상대방의 의견을 잘 들어야 할 것 아닌가."

이병주, 그해 오월 4, 한길사(이병주전집, 2006), 2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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