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16일 화요일
말바꾸기
요새 정치인들은 상황에 따라 말실수를 하는 바람에 궁지에 몰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너무 말을 많이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언론에서 그렇게 집요하게 물어뜯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현재 박근혜 대통령과 같이 말을 아꼈다면, 그리고 본인이 앞장서지 않고 여러 각료에게 중대사의 발표를 맡겼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고통수권자가 전면에 나서서 너무 많은 말을 하다보니 정적들에게 너무도 많은 꼬투리를 잡힌 꼴이 되어버리지 않는가 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상황을 보고 있으니 삼선개헌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을 하고도 삼선개헌에 성공한 박정희 대통령이 생각나는 것입니다. 소설 그해 오월에서 삼선개헌과 관련하여 박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어떻게 말을 바꿔가는지 그와 관련된 부분을 발췌해 봅니다.
이렇게 결정해 놓고 대외적인 발언은 1968년 말까진
"3선 개헌 생각한 적이 없다."
는 것이었고,
1969년 정초엔
"아직은 3선 개헌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는 묘한 표현이 되더니
4월에 들어선
"될 수 있는 한 헌법을 개정하지 않는 것이 좋은데 만일 개정해야 할 경우엔 합법적 절차를 취해 국민의 의사를 물어서 해야 할 것"
이라고 했다.
...
다음 단계의 발언자는 윤치영씨였다.
5월 7일 윤치영씨는
"정치적 안정과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박 대통령의 지도력이 필요하다."
고 천명했다.
이어 10일 민주공화당 당론으로
"국방과 건설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실정에 비추어 박대통령에 의한 지도력의 강화가 필요하다. 합법적으로 추진하는 개헌은 야당이라고 할지라도 무책임하게 반대해선 안된다."
는 성명을 발표했다.
6월 14일 H 신문은
"이번의 헌법 개정엔 비상대권을 포함한 대통령의 권한 강화도 포함될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이병주, 그해오월6, 한길사(2006, 이병주전집), 39-4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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