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12일 금요일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는 1990년 중반에 대학생활을 보낸 사람들에게 특히 의미있는 소설가입니다. "상실의 시대"는 당시 대학생을 중심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하루키는 그 이후로도 꾸준히 베스트셀러를 내면서 소위 "하루키 스타일"이라는 것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사실 "상실의 시대"의 줄거리나 내용은 이제 더이상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사회과학서적 읽기와 교양을 동일시하는 은근한 대학의 분위기에서 제게 하루키의 소설은 "개인의 삶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일깨웠다는 느낌으로 남아 있습니다.

물론 그 이후로도 전부는 아니지만 하루키의 소설을 기회가 될 때마다 구입해서 읽어왔고, 적어도 책값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정도의 재미 내지 퀄리티를 보여주는 작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저작 중 읽은 것들로는 이 정도네요. 적고 보니 베스트셀러 위주 ㅎㅎㅎ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
1Q84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여자없는 남자들

이번에 출간된 단편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은 어떻게 보면 사별, 불륜, 그리움(?) 등의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변주한 소설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제 청년이 아니라 장년이 된 작가의 입장이나 그와 함께 늙어가는 독자의 입장에서도 흥미있는 구석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청년 때 그의 소설이 보여주던 파괴력은 더이상 기대할 수 없겠구나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이번 추석연휴에 "여자 없는 남자들"을 읽으면서 인상깊었던 구절들입니다. 깔끔하게 반나절 정도면 기억속의 하루키 스타일을  되새김질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로선 당연히 추천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다는 건, 특히 남자와 여자가 관계를 맺는다는 건, 뭐랄까, 보다 총체적인 문제야. 더 애매하고, 더 제멋대로고, 더 서글픈거야. 

무라카미 하루키, 드라이브 마이카(여자없는 남자들), 문학동네, 37면. 

이 넓은 세상에는 자식과 부모가 시종 양호한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아름답고 행복한 가정도-대략 축구경기에서 해트트릭이 나오는 빈도로- 존재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독립기관(여자없는 남자들), 문학동네, 126면. 

"신사는 자기가 낸 세금액수, 그리고 같이 잔 여자에 대해 말을 아끼는 법이죠."

같은 책, 127-128면. 

무리하게 서두르지 말 것, 같은 패턴을 반복하지 말 것, 꼭 거짓말을 해야 할 때는 되도록 단순한 거짓말을 할 것, 그 세가지가 조언의 요점이었다. 

같은 책, 1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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