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10일 금요일

글쓰는 허지웅


지금은 "마녀사냥"의 흥행 이후로 왠만한 사람은 아는 유명인이 된 터이지만, 허지웅은 일부의 매니아층에게만 이름을 알리고 있었던 글쟁이였습니다. 사실 제가 "허지웅"이라는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아마도 남성잡지 "GQ"에 정기적으로 쓰던 "SEX" 소설(?)을 재미나게 읽기 시작하였을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때의 내공을 바탕으로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이라는 소설을 낸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될 만큼 "성"과 관련된 내용을 쓰면서도 그의 글은 "스타일"이 살아 있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에 대한 관심이 더 확장되지는 않고 몇년이 지나가고 있을 즈음 어느 순간 지인의 페북 포스팅에서 그의 글이 좋다는 평을 읽고 링크를 타고 타고 들어가 그의 블로그(현재는 텀블러로 이주하여 http://ozzyz.tumblr.com/ 에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의 글들을 읽어보게 되었고, 그 무렵 그의 트위터(허지웅의 트위터 @ozzyzzz)의 글들을 통해서 더 자주 허지웅의 단상들도 함께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뭐랄까 허지웅의 글은 타인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는 느낌이면서도, 나와 다른 생각의 표현방식만으로도 "신선함"을 줍니다. 새로운 정보나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그 방식의 다름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해주는 글. 저는 글쓰는 허지웅의 글을 내용 뿐 아니라 스타일 만으로도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전에 보지 못하던 스타일의 원천은 아마도 그의 영화에 대한 지식과 많은 영화 섭렵과 분석을 통한 글쓰기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타워즈, 다이하드 씨리즈에 대해서 그가 보여주는 열정은 원전을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다시 그 원전을 확인하고 싶게 만드는 무언가까지도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블로그에 그간 올렸던 글들과 책을 내면서 최근에 추가한 글들을 더하여 글쓰는 허지웅은 "버티는 삶에 관하여"라는 책을 출간하였습니다. 물들어 왔을 때 노저어야 한다는 옛말에 충실하게 아마도 허지웅씨의 지금까지 삶의 궤적을 살펴볼 때 지금이 책을 낼 적기이겠지요.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허지웅씨의 "힙함"이 그가 나이를 먹어감에도 진부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제가 끌린 부분이 그의 스타일 이기 때문에 하는 걱정일지도 모르고, 그의 내면에 깔려있는 영화와 삶에 대한 애정이 계속해서 그의 글을 읽을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을 수 있다면, 이런 걱정은 기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 나온 책도 성공하시길 빌고, 방송스케줄 바쁜 와중에도 글쟁이의 본분을 잃지 말고 좋은 글들 많이 생산해 내시길 바라 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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