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20일 월요일

소송비용 담보제공 제도


일반인이 소송을 당하면 그 이유가 매우 터무니 없는 경우에도 법원에 출석해야 하고, 자신이 과거에 했던 일을 제3자에게 설명해야 하므로 정신적으로도 매우 피곤합니다. 그래서 법정에서 자신을 대신하여 소송을 진행하고,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소가 1,000만원 미만의 소액사건의 경우, 특히 피고사건인 경우에는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변호사의 선임료가 수백만원에 달하므로 승소한다고 하여도 변호사비용만 지출되는 결과가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민사소송에서는 판결시 소송비용 부담의 재판도 함께 내리게 되고 패소한 당사자는 소송비용을 부담하여야 하지만, 소송비용은 소송당사자가 실제로 지출한 변호사비용이 아니라 소가에 따라 일정 액수로 정해져 있으므로 지출한 변호사비용에 턱없이 모자라는 경우가 대부분이 될 것입니다. 그나마 패소한 상대방이 자력이 없으면 그 비용마저 받아낼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어차피 질 소송, 상대방을 귀찮게 하고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게 하자"는 목적으로 소가가 낮은 소송이 제기되더라도 소송을 당하는 입장에서는 직접 응소하는 것 외에 특별한 방책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소송의 승패와 관계없이 상대방을 괴롭히려는 의도로 악의적, 반복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적어도 소송비용이라도 미리 담보로 제공해야 재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바로 소송비용 담보제공제도입니다. 민사소송법 제117조는 2010년 개정되어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① 원고가 대한민국에 주소·사무소와 영업소를 두지 아니한 때 또는 소장·준비서면, 그 밖의 소송기록에 의하여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한 때 등 소송비용에 대한 담보제공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피고의 신청이 있으면 법원은 원고에게 소송비용에 대한 담보를 제공하도록 명하여야 한다. 담보가 부족한 경우에도 또한 같다.  <개정 2010.7.23.>

민사소송법 개정 전에 법원은 원고가 대한민국에 주소가 없는 자일 때에만 소송비용 담보제공의 재판을 할 수 있었습니다. 민사소송법의 개정으로 소송비용 담보제공 사유를 추가함으로써 소장, 준비서면, 그 밖의 소송기록에 의하여 청구가 이유없음이 명백한 때 등 소송비용에 대한 담보제공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피고의 신청이 있으면 법원은 원고에게 소송비용 담보제공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컨대, 소송에서 패소하고 자신의 재판을 맡았던 판사를 피고로 하여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와 같이, 패소할 것이 대부분 명백하고 당해 판사를 괴롭히려는 악의적 반복적 소송의 경우에 소송을 당하는 피고의 입장에서 이러한 소송을 조기에 종식시킬 수 있는(또는 종식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수단이 필요할 수 있고, 그 중 하나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소송비용 담보제공 제도입니다(관련기사- 서울중앙지법, 악의적 반복적 소송 막는다, 법률신문, 2013. 8.1. 기사). 소송비용 담보제공 제도는 상대방을 괴롭힐 목적으로 소가 1,000만원 미만의 소액사건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실효성이 있어 보입니다. 그 이상의 소가의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은 악의적, 반복적이라고 하더라도 소제기를 위해 부담한 인지대가 소송비용에 육박하므로, 소송비용 담보제공명령이 나와도 담보를 제공하고 그대로 재판을 받겠다고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만약 원고가 소송비용 담보제공명령을 받고도 이에 응하지 않으면 법원은 변론없이 판결로 소를 각하할 수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124조). 하지만 "청구가 이유없음이 명백한 경우"는 원고가 다투는 사안에 대한 판결이 있었던 경우 등 예외적인 경우를 의미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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