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7일 금요일

소액사건 특례

사법제도개혁 등의 문제를 논의할 때 빠지지 않는 문제가 법원의 소송부담입니다. 너무나 많은 사건을 제한된 숫자의 판사들이 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재판의 신속성이 저해되고, 공정한 재판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이 때문에 판사 숫자를 늘리려고 하여도 늘린 숫자만큼의 예산이 부담이 되기 때문에 쉽사리 늘릴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판사들의 업무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들이 생겨났는데, 상고심의 심리불속행 제도, 소액사건의 경우 재판의 간이화 등이 그러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제도들입니다. 이중에서 소액사건 특례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민사사건 중 소가가 작은 사건들을 일반적인 민사사건과 동일하게 진행하는 경우  판사에게 부담이 될 뿐 아니라 재판을 받는 국민 입장에서도 재판 일정이 장기화됨으로써 신속한 권리구제를 받지 못하게 되므로 이것이 꼭 법원만을 위한 제도는 아닙니다. 판사의 업무부담의 경감을 통하여 인력의 합리적 재배치를 가능케 한다는 측면도 사법시스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고려요소이기도 합니다.

소액사건에 대해서는 [소액사건심판법]이 정하고 있습니다. 소액사건심판법에서 정하고 있는 소액사건은 "제소한 때의 소송목적의 값이 2,000만원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금전 기타 대체물이나 유가증권의 일정한 수량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제1심의 민사사건"을 말합니다(소액사건심판법 제2조 제1항, 소액사건심판규칙 제1조의2). 즉 소가가 2,000만원 미만의 1심 민사사건이 소액사건의 대상입니다.

소액사건의 경우 일반 민사사건과 비교하여 여러가지 다른 점(특히 판결서에 이유를 기재하지 않을 수 있음)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기할 만한 것은 소송대리에 관한 특칙입니다. 우리나라는 당사자 본인 소송이 가능하되(헌법재판의 경우만 당사자 본인소송이 허용되지 않으며, 변호사대리가 강제되어 있습니다), 소송을 대리할 수 있는 자는 변호사로만 제한됩니다(변호사대리의 원칙, 민사소송법 제87조). 그런데 소액사건의 경우에는 당사자의 배우자, 직계혈족 또는 형제자매는 법원의 허가 없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습니다(소액사건심판법 제8조 제1항, 일반 민사사건 중 단독판사 사건의 경우에는 판사의 허가가 있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일정한 범위의 친족, 고용주 등에게 소송대리를 허용하는 것과 다릅니다, 민사소송법 제88조).

주의할 것은 소액사건심판법상 소액사건은 "제1심의 민사사건"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소액사건이라도 항소하여 2심에 계속되면 법원의 허가 없이 당사자의 배우자, 직계혈족 또는 형제자매가 소송대리인이 될 수 없게 됩니다. 만약 1심에서 소송대리를 할 수 있는 자들이 원고나 피고가 되는 경우에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소송대리하여 출석하여도 문제가 없지만 2심에서 한사람만 출석하는 경우에는 한사람은 출석으로 다른 한 사람은 불출석으로 처리되어, 쌍방불출석으로 인한 항소취하간주의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쌍방불출석으로 인한 (항소)취하["쌍불취하"라고 합니다]란 민사재판의 당사자들이 기일에 2회 이상 불출석하거나 출석하였더라도 변론하지 아니하고, 그로부터 1월 내에 기일지정신청을 하지 않거나 기일지정신청 후 기일에 쌍방결석인 때, 소(항소)의 취하가 있는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민사소송법 268조). 일방 당사자만 출석하여 변론하는 경우에도 쌍방불출석으로 보지 않지만, 출석한 당사자가 "변론하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에는 쌍방이 불출석한 것으로 보게 되기 때문에 변론기일에 상대방이 출석한 경우에도 쌍불취하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변론조서에 출석한 당사자가 "변론하지 아니하다"란 취지가 기재됩니다. 

따라서 당사자 본인소송을 진행할 때에는 되도록 변론기일에 불출석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부득이 변론기일에 불출석해야 할 사정이 생기는 경우에는 사전에 기일변경신청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1회 이상 불출석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소송당사자를 대리하여 출석하였을 때에는 자신이 소송대리인이라는 뜻을 확실히 밝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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