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8일 수요일

아재의 불량식품


어제 오후 갑자기 재판부로부터 전화가 와 모레 공판기일이 잡힌 국선사건을 할 수 있겠냐고 하여 스케줄이 비어 있길래 하겠다고 하니 바로 국선변호인 지정서가 날아오고 바로 직원이 기록복사를 하여 왔습니다. 근데 피고인이 서울구치소에 있어서 오늘 밖에는 접견을 할 날이 없었죠. 그래서 오늘 오전 9시로 접견신청을 해두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하루종일 잡고 있던 서면이 마무리된 것은 오늘 새벽 4시... 주차장의 차도 가지고 갈 수 없어 택시타고 퇴근했다가 까무룩 잠자고 일어나니 오전 7시!!! 접견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10분 내에 헐레벌떡 집을 나서서 지하철 4호선을 타고 노약자석에서 잤습니다. 수면시간 2시간 밖에 되지 않아 쓰러질 형편의 사람도 노약자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라거나, 탈모가 이쯤 진행되었으면 노약자로 보이지 않느냐는 기대를 하면서(노약자석에 대해서는 박카스유감 참조).

어찌어찌 9시 접견시간에 맞춰 서울구치소에 도착해서 1번 타자로 접견신청서를 제출하고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교도관님께서 피고인이 접견을 거부했다고 돌아가시랍니다. 응!?! 국선변호를 꽤 했지만 처음 겪어보는 "접견거부"였습니다. 다른 교도관님께서 오셔서 피고인의 상황에 대해서 부연설명을 해주시는데, "피고인이 허리가 아파 도저히 접견실에 나올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내일 법정에 조금 일찍 가서 간략한 접견이라도 해야 겠네요.

서울구치소에서 나오는데 너무 이른 시간이라서인지 택시도 없고, 큰 길까지 내려와도 택시도 잡히지 않고, 잠도 부족했지만 배도 고파서 아재의 불량식품 "양평해장국"집에 들어갔습니다. 양평해장국은 왠만큼 맛이 평준화된 느낌이네요. 고추 다대기를 조금더 풀고 건더기와 선지를 건져먹은 다음 밥을 말아 국물까지 싹 비웠습니다.

양평해장국을 "아재의 불량식품"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해장국집 손님들 대부분이 "아재"이고, 뭔가 심심하고 허할 때 젊었을 때는 "달고 맛있는 것"을 찾지만, 아재들은 "얼큰하고 시원한" 것을 찾게 되기 때문입니다. "불량식품"이라는 별명은 작년에 제가 양평해장국이 맘에 들어 한달에 두세번씩 먹은 적이 있는데, 몸 컨디션이 이상하게 좋지 않아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이걸 자주 먹으면 몸에 좋지 않구나'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거의 3-4개월만에 처음으로 양평해장국을 먹었네요. 어쨌든 먹을 때는 얼큰하고 시원한게 기분 좋으니 그게 바로 불량식품을 먹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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