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금산에서 본 남해바다
* 무등산 입석대
*북한산둘레길에서 본 수유리*북한산둘레길에서 본 평창동
*내장산 케이블카에서 본 단풍
*한라산 영실
*설악산 울산바위 정상에서
등산복 매출이 스포츠메이커의 운동복 매출을 앞지르는 나라, 노스페이스가 고등학교 겨울교복이 된 나라, 200-300만원을 호가하는 명품패딩의 인기가 급상승하는 나라..
딱히 등산에 대한 관심일 수도, 다른 사람의 시선에 대한 매우 한국적인 대응일 수도 있는 현상들입니다만 어쨌든 근저에는 우리나라가 등산하기에 좋은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고, 또 많은 사람이 등산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중학교 정도까지였던 것 같네요)에는 매일 저녁 아버지께서 저녁을 먹고 나서는 두 여동생은 말고 유독 저만 데리고 산책을 나가셨습니다. 한 30분 정도 되는 코스였는데, 집 뒤에 있던 나즈막한 뒷산인 빡빡산(정식 명칭은 오패산)을 가로질러 번동사거리근처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코스였죠. 버릇이 되니 다닐만 해서 나중에는 농구공을 가지고 다니기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버지 덕분에 고등학생이 되어서 밤에 잠자러 집에 들어오는 생활을 하기 전까지는 꾸준히 산책을 했었습니다. 또 강북구(당시는 도봉구)에 있는 학교는 거의 모두 북한산이 운동장에서 잘 보이고, 북한산이 가깝기도 해서 소풍은 화계사-북한산-도봉산-수락산을 돌아가며 등산을 하는 코스로 가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등산 뭐 그까이꺼 대충 1-2시간 올라가다 쉬고 또 1-2시간 가면 정상에 도착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어린시절을 보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러나 아버지의 산책에 동참하거나 학교에서 소풍으로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등산에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광주 작은 할아버지 댁에 가서 작은 할아버지와 함께 올랐던 무등산 정도가 기억나는 등산의 전부였고, 산이 좋다는 사람들이 별로 이해되지 않는 상태로 나이를 먹었습니다.
그러다가 20대 후반 서울고검에서 공익법무관 생활을 하고 있을 무렵 심한 운동부족에 비만상태에 빠져가고 있었지만, 정신적으로는 20대 초반의 왕성한 체력을 가지고 있다고 잘못 믿고 있던 시절에 체육대회 장소로 해발 1000미터도 못 미치는 청계산이 지정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매봉도 아니고 옥녀봉 다녀오는 것이어서 그 부근에 사는 분들은 식사후 산책하는 코스였을텐데.. 왜 그랬을까요. 저는 옥녀봉에 가다가 반실신을 하는 추태를 부린 후 내려와서는 등산이 이렇게 어렵다니 하고 한탄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때 이후 30대 10년은 제 인생 체력의 암흑기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산은 쳐다보지도 않았으니까요(아.. 2012년 가을에 설악산 울산바위도 잊을 수 없네요.. 40여명이 올랐는데 마지막에 오른 2명 중 한명이라는 슬픈 기억).
그러다가 작년에 100kg을 향해가는 몸무게, 떨어져가는 저질체력, 입던 옷이 거부하는 배를 참지 못한 저는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을 늘린다는 생각으로 북한산둘레길 완주를 계획하고 거의 5-6개월의 주말을 바친 끝에 성공을 하였습니다. 생각보다 등산이나 하이킹은 즐거운 운동이더군요. 아이들이 못 걷겠다는 걸 "나도 힘들다"고 받아치며 걷다보면 목표했던 거리가 끝나고,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고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 또 그렇게 좋았구요. 시작도 없고 끝도 없이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을 극복하기 위해 1초, 1분, 1시간, 1일, 1년 시간에 금을 내었던 인류의 지혜를 시작도 끝도 없는 하이킹에 북한산둘레길 1코스, 2코스하고 장소에 금을 내는 방식으로 적용한 거라는 생각이 들 만큼, 북한산 둘레길 22코스를 다 돌았을 때의 성취감은 꽤나 큰 것이었습니다.
북한산둘레길이 익숙해지자 욕심을 내서 둘레길의 원조 "지리산둘레길"도 도전해 보자는 생각, 작은 할아버지와 같이 무등산을 오르긴 했지만 꼭대기의 입석대나 서석대는 제대로 못 보았으니 한 번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하정우가 선전하러 갔던 한라산도 한번 정복하면 좋겠다는 생각, 가을단풍이 유명하다는 내장산도 한번 가봤으면 하는 생각도 스멀스멀 들었습니다. 그래서 작년과 올해에 걸쳐 지리산 둘레길 1-3코스, 무등산 서석대, 내장산 단풍구경, 한라산 영실코스 등을 가 볼 수 있었습니다. 가끔 컴퓨터 바탕화면에 그 때 사진들이 나오면 아.. 좋았구나 하고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도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뒷산이든, 둘레길이든, 본격적인 정상정복이든 자기의 취향이나 힘에 맞춰 코스를 짜고 걷고, 올라보는 것 그리고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산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것, 이 모든 것이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재밌게 하는 요소가 되는 것 같습니다. 가을이 다가오니 단풍이 아름다운 산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