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의 시시각각, 논문검증 , 이대로 좋은가, 중앙일보 2014. 7. 11.자 칼럼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나온 의혹들이 온 나라가 시끌시끌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때 "인물이 그렇게 없나" 하면서 혀를 차던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드는 건 "그래도 그 때는 (후보가 낙마하면 대체할 인물도 꽤 있었고) 인재가 많은 편이었구나..." 이런 생각입니다.
논문표절과 같은 검증과정에서 제일 먼저 낙마한 사람이 김병준 국민대 교수인데, 지금 나오시는 분들에 비하면 양반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에 중앙일보 칼럼에서 소위 "느슨한 기준"을 적용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새누리당이 노무현 정부 당시 김병준 후보를 낙마시킨 기준이 너무 엄격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나 상대방 검증할 때는 엄격한 기준을 세우다가 자기 편 검증할 때에는 느슨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너무도 속이 보이는 게 아니냐는 소리가 당연히 나올 수 있으므로 노무현 정부 당시 야당(현 새누리당)이 그 때 잘못했다는 말씀 한번 붙여서 느슨하게 가자 뭐 이런 취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위 칼럼에서 말하는 소위 느슨한 검증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90년대 후반 이전의 논문에는 지금의 표절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인용누락 같은 형식적 표절에 죄의식이 희박했고 세세한 표절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②자기표절·중복게재는 무조건 표절로 몰아선 안 된다. 대학·학회에 따라 이를 허용하는 곳도 많다. ③공동저자 무임승차는 상습 정도를 따진다. 1 저자, 2 저자는 연구자 간 실질적 기여에 따라 따져야 할 내밀한 문제지만 상습적으로 제자 논문에 이름을 올렸다면 문제다.
장관쯤 되는 사람의 표절 검증에 기준은 엄격하면 엄격할 수록 좋을 것입니다만, 우리 사회의 표절에 대한 인식수준이 영미의 그것에 못미친 상태로 수십년 이어져 왔다는 것은 부끄럽지만 인정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다만, 총리나 장관을 검증할 때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것만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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