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2일 화요일
형사소송에서 소송비용의 부담
형사소송 재판에 들어갔다가 판사님께서 선고를 하시면서 소송비용을 피고인의 부담으로 한다는 판결을 하시길래, "형사소송에도 비용부담의 재판이 있었나?"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형사재판에 대한 비용은 모두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거든요(공부한지 너무 오래 되어서 잊어버린 듯 합니다 ㅡㅡ).
민사소송에서 판결이 선고될 경우 소송비용에 대한 재판도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통상적인데, 원고가 전부승소하게 되면 피고가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고, 피고가 전부승소하게 되면 원고가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게 됩니다(일부승소의 경우에는 승소비율에 따라 부담). 그런데 형사소송은 검사의 공소제기에 대하여 피고인의 유무죄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므로 소송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재판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제 경험에 따르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형사소송에서도 소송비용은 지출원인에 대하여 책임있는 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검사가 책임이 있는 경우에는 국가가 부담하여야 할 것이므로 형사소송법은 피고인 등이 소송비용을 부담하는 경우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이재상, 형사소송법, 박영사(2008), 683면).
형사소송법 제186조 제1항은 "형의 선고를 하는 때에는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게 하여야 한다. 다만, 피고인의 경제적 사정으로 소송비용을 납부할 수 없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서 소송비용은 형사소송비용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특히 소송비용으로 규정된 것 즉 "증인 감정인 통역인 또는 번역인의 일당 여비 숙박료, 감정인 통역인 번역인의 감정료 통역료 번역료 기타 비용, 국선변호인의 일당 여비 숙박료 및 보수"가 이에 해당합니다. 피고인이 고의적으로 소송절차를 지연하고, 불필요한 증인 등을 신청하는 등 피고인에게 지출원인이 있다면 형의 선고시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을 부담할 것을 명하는 판결이 내려지기도 합니다. 제가 재판에 들어갔다가 본 것은 여기에 해당하였던 것입니다.
소송비용의 부담을 명하는 재판을 하면서 그 금액을 산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집행을 지휘하는 검사가 그 금액을 산정하게 되며(형사소송법 제194조), 소송비용부담을 명하는 재판에는 본안의 재판에 관하여 항소하는 경우에 한하여 불복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191조).
형사재판 중에 약식명령에 불복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경우(이에 대해서는 약식절차 포스팅 참조)에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되어, 피고인에게 약식명령에서 정한 것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것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인식이 피고인에게 심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송비용을 피고인에게 부담하게 하면, 형은 아니지만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정식재판청구를 남용하는 극히 일부의 피고인에게 소송비용 부담의 재판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약식명령에 대한 불복 또한 피고인의 권리이므로 이를 제한할 정도로 비용부담의 재판이 이루어져서는 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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