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8일 화요일

기계식 키보드


사무직이라고 불리는 직업들, 일로 "글"이라는 것을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늘상 접하게 되는 도구 내지 기구는 컴퓨터 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컴퓨터 본체의 성능은 고해상도의 영상작업이나 음악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할 것이지만 단지 "글"을 생산하는 사람들에게는 그것보다는 자신의 글이 씌어지는 "모니터"와 글을 입력하는 도구인 "키보드"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컴퓨터를 고를 때에는 대부분 본체의 성능에 주목할 뿐 키보드나 모니터는 특히 키보드는 본체를 사면 번들로 끼워주는 제품을 사용하곤 합니다.

물론 번들로 끼워주는 키보드의 성능이 "글"을 쓰는 데에는 하등의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값비싼 키보드를 쓴다고 하여 안써지는 글이 술술 써지는 것도 아닐테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년필은 몽블랑이나 워터맨 또는 파커를 쓰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키보드도 일반적인 번들 키보드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특히 번들 키보드의 무미건조한 느낌에 비하여 기계식 키보드의 입체감 있는 키감과 소리는 그 자체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측면이 있습니다.

앞에서 번들키보드와 같은 키보드를 멤브레인 방식이라고 하고, 넷북이나 노트북에 많이 쓰이는 방식을 펜타그래프 방식이라고 하는데, 멤브레인과 펜타그래프 방식에서 러버돔이라는 것을 사용하는데 반하여 기계식은 스프링을 사용하여 통통 튀는 키감과 소리가 만들어집니다. 기계식 키보드에도 "흑축, 갈축, 적축, 청축" 중 어떠한 축을 쓰느냐에 따라 다른 키감과 키음을 경험해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기계식 키보드의 가장 큰 단점은 고가라는 점인데,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한번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게 되면 다시 번들키보드를 사용하기가 어려워 집니다. 자동차의 배기량을 늘려서 큰 차를 타버릇하면 소형차를 타지 못하게 되는 것과 유사한 원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고급 기계식 키보드로 유명한 것으로 해피해킹을 들 수 있습니다.


키보드에서 숫자키와 방향키 등을 없애서 크기가 너비가 일반 키보드의 반 정도의 작은 크기이지만 독특한 키감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현재 소비자가 350,000원). 방향키와 홈키 등이 물리적으로 없어서 쉬프트 키나 컨트롤 키를 사용하여 해당 키의 용도로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긴 하지만 꾸준히 인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유명한 키보드로 리얼포스를 들 수 있는데요. 리얼포스는 해피해킹만큼 키보드를 줄이진 않고 텐키리스(숫자키가 없는 형태)와 일반 키보드 형태 중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소위 "구름 위를 걸어다니는 키감"을 보여준다는 극찬을 받고 있는 키보드이지요(현재 소비자가 360,000원). 해피해킹이 무거운 키압을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키감을 보여주기 때문에 타이핑시 피로감을 덜어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이상의 키감을 찾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의 키보드입니다. 맨 위에 찍혀 있는 제 키보드 사진이 바로 리얼포스 텐키리스 모델입니다. 

이외에 필코, 마제스터치 등이 10만원대 기계식 키보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데, 최상위 모델들에 비해 5% 부족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기계식 키보드를 써본 느낌은 처음에는 매우 만족스럽다가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어서 별 감흥이 없게 됩니다. 일반 키보드를 쓰는 것과 별다를 바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죠. 그럼에도 타이핑을 하다가 리듬감이 느껴질 때, 오타를 내서 딜리트키나 백스페이스키를 막 누르다가 통통 튀는 키감이 느껴질 때 문득문득 만족감이 들게 됩니다. 

기계식 키보드. 하루 종일 "글" 쓰는게 직업이신 분들에게 "나는 소중하니까~~"하고 지름신을 불러올 수 있는 아이템으로 추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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