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일 수요일

[책 소개] 판사유감


문유석, 판사유감, 21세기북스(2014)

법관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분이었던 것 같은데, 저야 송무를 오래 했던 것도 아니고 하여 문유석 부장판사님에 대해서 들어본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서울대생이 신림동 거주민들을 비하하는 발언이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시고 조선일보에 쓴 칼럼이 인상적이어서 좀 찾아보았습니다. 이미 법원게시판에 올린 글이 기사화된 것이 몇차례, 월간중앙에 글을 연재하신 적도 있는 유명한 판사님이시더군요. 나온 책을 선전(?)하기 위한 기사에서는 판사계의 "유재석"이라고 소개하고 있는 전도 유망한 판사님이십니다.

경력을 살펴보아도 서울법대졸업, 서울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행정법원,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법원행정처, 서울고등법원, 광주지방법원 등에서 근무하였고, 해외연수과정으로 하버드 로스쿨 LLM을 다녀온 것은 판사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엘리트코스를 밟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이한 것은 이분이 영화나 드라마를 매우 좋아하시고, 젊은이들의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을 만큼 감각이 있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그런 판사상에 일치하지는 않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취하시는 입장도 법원의 권위를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일반인의 시선을 생각하고, 후배 판사를 고려하고, 변하는 시대상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 여러 모로 튀는 면이 없지 않으나 "천상 판사"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대부분의 판사님들을 개인적으로 만나보는 경우에 느끼는 감상도  이 분의 책을 읽는 것과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자신의 판단으로 다른 사람의 자유와 재산이 처분되는 것은 생각보다 큰 고뇌와 무게를 가져온다는 것을 판사를 직업으로 가지지 않은 사람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더구나 그렇게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 자신의 판단의 근거를 법에서, 철학에서, 사회에서, 여론에서 찾아내고 읽어내고 공부하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는 것은 존경심마저 자아내게 합니다.

판사가 판결을 내릴 때 어떤 고민을 하는지, 그리고 그 결과로 어떤 판결을 내리는지 궁금하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판사의 판결을 신문기사의 내용에서 결론만 읽고 비판하는 것이 얼마나 성급한 것인지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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