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30일 월요일

듣보잡 블로거의 좌절



이 블로그에 영업일 기준으로 매일 꾸준히 글을 써온지가 4개월여가 되어갑니다. 글도 100개 이상 쌓였고, 모두 법과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잡다하게 이것저것 기록하고 싶은 것을 남기는 것이 재미도 있었고, 나중에 쉽게 찾아볼 공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나름 뿌듯하기도 하였습니다.

구글검색으로 "고변"이라든지 "신변잡법"을 치면 제 글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기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네요 ㅎㅎㅎ 그래서 네이버랑 다음에 가서 같은 검색어로 검색을 하여 보았습니다. 검색이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인터넷상에 있지만 일반인은 찾기 힘든 정보를 모아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 정도 글이 쌓인 블로그라면 다음이나 네이버도 검색에 반영시켜 놓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도 하였구요. 하지만 일 방문자 100명을 넘지 못하는 군소블로그에 "네이버"님께서 알아서 검색에 노출하기를 바라는 것은 언감생심이더군요. 다음에 검색해 보았더니 딱 하나의 글(전관예우금지법)만 검색되더라구요.

일단 네이버의 검색에 노출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검색담당자에게 제 블로그를 알리고 검색결과에 노출시켜 달라고 신청(문의)을 하면 네이버 담당자가 찾아가 보고 검색에 포함시킬지를 판단한다고 하여, 신청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답변이 온 것이 위의 사진입니다. 이 블로그는 무려 "정보성"이 없다고 합니다.

뭐 법률신문에 문제가 된 판결이나 이슈 등에 대해서 몇가지 다른 관점이나 견해, 제가 아쉽게 생각하는 점을 덧붙인 것이 전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고, 팻투바하가 갔던 음식점 다시 찾아가 보고 맛있더라 하는 것이 뭐 새로운 것이 있겠느냐 생각할 것 같기도 하고, 가끔 독후감을 올리기도 하는데 딱히 인상적이지도 않군 하고 생각할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검색서비스라면 "그런 판단을 직접해서 검색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한가"하는 의문이 듭니다. 정보로서의 가치를 도대체 어떻게 네이버가 결정해줄 수 있다는 것인지, 밖으로 밝힐 수 없는 기준이 있다고 하는데 그 기준에 맞추면 만사형통이라는 것인지 알수가 없는 노릇이죠. 적어도 구글은 그렇게 판단하지 않고 네이버에서 만든 것이든, 다음에서 만든 것이든 차별없이 검색해 줍니다. 네이버나 다음이 검색을 방해하지 않는 한 말이죠. 그래서 점점 네이버와 다음은 검색의 갈라파고스제도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영문검색은 애초에 국내 검색엔진을 사용하지 않아왔지만 이젠 국문 검색도 그냥 구글을 사용하는 것이 정답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검색 담당자는 하루에도 이런 신청(문의)을 수십수백건 받을 터이니 블로그의 글 하나 하나 꼼꼼히 읽고 판단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하지만 어쨌든 네이버 검색담당자에게 제가 "듣보잡" 취급 당한 것 같아 기분이 좋진 않네요.


*사진의 의미를 모르시는 분께서는 개별적으로 답글 내지 이메일해 주시면 친절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초딩부터 무개념 키보드워리어들이 수없이 꼬일 여지가 있으니 네이버에서 검색하지 않아주는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아니겠느냐" 하며 위안을 삼기로 했습니다. 네이버나 다음에서 제 블로그가 검색되지 않아도 당황하지 마시고 구글로 검색을 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아주 잘 검색됩니다. orz



2014년 6월 27일 금요일

[맛집소개] 밀갸또


팻투바하가 오랜만에 교대역 근저의 맛집을 소개해 주어서 "믿고 가는 맛집이다"하고 들러 봤습니다. 밀갸또 라고 하는 작은 제과점이었는데 명불허전 이라고 할만 하네요.

달달한 것이 미칠듯이 땡길 때 교대역 근처에 계신 분들은 한번쯤 찾아갈 만한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팻투바하의 소개 블로그 포스팅도 참고해 주세요.

이름 : 밀갸또
위치 : 서초구 서초동 1668-16
전화 : 02-585-9997
특별히 주차장은 없는 것 같고, 영업시간은 오후 9시까지이니 너무 늦게 가시면 안됩니다.

사진에 나온 것은 팻투바하의 추천대로 시킨, 에크타르트, 발로나밀크초콜릿무스, 에끌레어 입니다. 아이스아메리카노가 없다면 단 기운을 가라앉히기 힘들다는 점을 주의하세요.

벌써 또 한주가 가고 주말이네요. 더위에 지치지 말고 힘내세요.

2014년 6월 26일 목요일

다음뷰 서비스 종료(2014. 6. 30.)

지금까지 블로그 포스팅 말미에 보시면 손가락을 누르라는 표시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으실 것입니다. 손가락을 누르면 다음뷰라는 메타블로그에 추천한 것으로 표시되어 인기가 높은 블로그의 게시물들이 퍼지도록 하는 역할을 하여 왔습니다. 하지만 다음은 이 서비스로 그닥 재미를 보지 못한 모양입니다. 2014. 6.30.부로 다음뷰 서비스가 종료됩니다. 다음의 블로그나 티스토리의 블로그를 사용하지 않는 유저들의 블로그들도 사이트로 끌어들이려 했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은 게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어쨌든 네이버의 폐쇄적 블로그 환경에 비하여 열린 환경이었기 때문에 이 블로그에서도 다음뷰를 달아 왔었는데, 이 서비스가 종료된다고 하니 대체서비스가 무엇이 있나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찾은 것이 믹시(mixsh)라는 사이트입니다. 블로그 서핑을 하다보면 유명 블로거 중에 다음뷰 외에 믹시를 달아 놓은 것을 본 적도 있고, 달리 다음뷰보다 유명하다 할 메타블로그가 없어서 일단 가입하고 오늘 포스팅부터는 믹시의 믹스업을 달아보려 합니다.

회원가입을 하고 블로그 등록을 하려 하니 블로그 인증을 하라면서 아래 인증코드를 제목 또는 본문에 입력하라고 합니다.

mNLCipWYNkaRAim5cele0NO__8kmeDOStttgEJ9Bm-k,

인증이 잘 되면 이 글 아래 다음뷰 손가락 대신 믹스업 박스가 들어갈 것입니다만.. 인증은 되었는데 다음뷰와 같은 박스위젯을 설치하는 데는 실패하였습니다. 구글 블로거의 레이아웃 변경 이전의 위젯설치법만 안내되고 있는데, 그 방법으로는 현재 구글 블로거에 적용이 안되네요. 당분간 버튼 없는 상태를 유지해야 할 것 같습니다.

2014년 6월 25일 수요일

현금영수증 발급의무금액 인하



2014년 7월 1일부터 현금영수증 발급의무금액이 기존 30만원에서 10만원으로 인하된다고 합니다. 변호사도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업종을 영위하는 사업자이므로 2014. 7, 1, 이후 거래분부터는 거래건당 10만원 이상의 현금거래금액에 대하여 소비자의 발급요구와 관계없이 거래일로부터 5일 이내에 현금영수증을 무조건 발급해야 합니다. 의무발행업종을 영위한다고 저한테도 우편이 날아 왔네요.

관련 법의 개정으로 인한 것이라 관련 조항을 찾아보았습니다. 소득세법 제162조의3 제4항이 2014. 1.1.자 개정으로 다음과 같이 변경되었습니다. 30만원이 10만원으로 변경된 것입니다. 그리고 변경사항은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4. 7. 1.부터 시행됩니다.

④ 제1항에 따라 현금영수증가맹점으로 가입하여야 하는 사업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종을 영위하는 사업자는 건당 거래금액(부가가치세액을 포함한다)이 10만원 이상인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고 그 대금을 현금으로 받은 경우에는 제3항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현금영수증 발급을 요청하지 아니하더라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여야 한다.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은 경우 현금영수증개맹점 가입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미발급금액의 50%를 과태료로 부과하고 과태료 부과 외에 누락된 세금은 별도 부과한다고 하네요. 거래일로부터 5년 이내에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지 못한 사실을 신고한 제보자에 대한 신고포상금을 지급하고 있고, 소비자와 가격할인을 조건으로 현금형수증을 발급하지 않은 경우데도 과태료 부과대상에 해당한다고 못박고 있습니다.

모든 거래를 양성화시켜서 과세대상으로 삼겠다는 취지로 보입니다. 변호사의 수임료는 상대적으로 고액이라 30만원 이상의 거래라고 해도 거의 모든 거래가 잡히는데 10만원이면 뭐 더 볼것도 없겠네요. 월급쟁이들이 유리지갑이다 우리만 봉이다 하는 동안 서서히 자영업자에 대한 세금의 압박도 가중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이런 것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론 등에 보도가 안되어 있네요. 이로 인한 세수의 증가는 엄청날 텐데 여론악화될 사안은 홍보 자체를 안해도 되는 것인지 자영업자로서 씁쓸합니다.

2014년 6월 24일 화요일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의 공연성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거나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는 죄(형법 제307조)이며,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함으로써 성립하는 죄(형법 제311조)입니다. 두 죄 모두 "공연성"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습니다.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들은 사람이 한사람인 경우에는 공연성이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하여 판례는 전파성의 이론을 받아들여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였다고 하여도 이로써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합니다.

결국 특정한 사람에 대한 사실의 적시는 비밀이 보장되거나 전파될 가능성이 없는 특수한 경우에 공연성이 부정되는데, 그 예로 피해자의 친척 한사람에게 피해자의 불륜관계를 이야기한 경우, 피고인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감추려고 하면서 집안관계인 사람들 앞에서 사실을 적시한 경우, 피고인이 피해자와 동업관계에 있고 친한 사이인 사람에게만 피해자의 험담을 한 때 등에는 그것이 전파될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공연성이 부정됩니다.

법률신문을 읽다가 공연성이 부정되는 사안을 발견하여 찾아본 것인데, 오늘 본 사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청주지방법원은 "현행범으로 체포된 피고인이 동료 경찰관 3명만이 있는 지구대에서 그 중 경찰관 1명에게 욕설을 하였다는 이유로 모욕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나머지 경찰관 2명이 그 욕설을 전파할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모욕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이 부정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청주지법 2014. 5. 23. 선고 2013노941 판결). 공연성이 부정되는 사안으로 "경찰관들만이 있을 때"를 추가해 놓아야 겠네요.

* 이재상, 형법각론, 박영사(1998), 171-172면 참조.

2014년 6월 23일 월요일

미셸위 US여자오픈 골프대회 우승


미셸위가 드디어 US 여자오픈에서 우승했네요. 스테이시 루이스 선수가 2위입니다. 미즈노 아이언을 쓰는 스테이시 루이스 선수가 우승을 했다고 하면 미즈노 아이언 유저로써 또 기뻤을 것 같네요.

미셸위 선수는 프로데뷔 이래로 긴 시간 부진을 겪은 후에 정상에 오른 거라 감회가 새로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연합뉴스의 인터뷰에 인상적인 내용이 있어 가져와 봤습니다.

어렸을 때 난 모든 것을 지나치게 완벽하게 하려고 했다. 스윙도 완벽하게, 퍼트도 완벽하게 말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모든 게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 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들을 보면 각각의 다른 스윙과 퍼트 자세를 지녔다.
늘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그저 현실을 인정하고 즐기기로 마음먹었더니 갈수록 기량이 나아졌다.
열심히 노력을 한 다음 단계는 그것을 즐기는 것인것 같습니다.
미셸위 선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2014년 6월 20일 금요일

사실혼과 동거의 구별

민법상 혼인은 가족관계의 등록에 관한 법률에 정한 바에 의하여 신고함으로써 효력이 생깁니다(민법 제812조). 그러나 현실에서 부부가 혼인식을 올리고 실제 동거를 하고 있어 사회적 통념으로는 혼인관계에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남녀관계이지만 신고를 하지 않고 있어 법률상의 혼인이 아닌 남녀관계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와 같이 혼인관계의 실질은 존재하지만 법률이 정하는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률상의 부부로 인정되지 않는 관계를 사실혼이라 합니다.

하지만 남녀가 동거를 한다고 하여 항상 그 관계가 사실혼관계라고 할 수 있는가 이것은 문제가 됩니다. 특히 혼인식도 올리지 않고 일정 기간 동거를 하다가 그 관계가 해소된 경우, 일방 당사자는 사실혼이라고 주장하지만 상대방은 사실혼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쉽사리 이를 동거라고 할지 사실혼관계라고 할지 단정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사실혼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부부공동생활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동거, 부양, 협조, 정조의무가 인정되고, 혼인생활비용부담의무, 일상가사대리권, 일상가사로 인한 연대책임 등의 관련규정이 유추적용됩니다. 특별법상 사실혼 부부를 법률상 부부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공무원연금법 등). 그러나 상속에 있어서나 간통죄의 성립 등에 있어서 법률혼에 인정되는 강력한 보호를 받지는 못합니다. 단순한 동거는 사실혼관계에 인정되는 효과도 누리지 못할 것입니다.

단순한 동거를 넘어선 사실혼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 사실혼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이 혼인의사는 보통 혼인신고를 하여 법률상으로 부부가 되겠다는 합의가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사회적 실질적으로 부부가 되겠다는 합의가 있으면 충분합니다. 또한 객관적 요건으로 당사자 사이에 사회통념상 부부공동생활이아고 인정할 만한 사회적 실체를 형성하고 있어야 합니다. 판례도 사실혼을 정의함에 있어 "사실혼은 주관적으로는 혼인의 의사가 있고, 또 객관적으로는 사회통념상 가족질서의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실체가 있는 경우에 성립한다"(대법원 1998. 12. 8. 선고 98므961 판결)고 합니다.

사실혼 관계는 사실상의 관계를 기초로 하여 존재하는 것이므로 당사자 일방이 사망하는 경우에 해소되며, 당사자는 언제라도 사실혼 해소의 합의를 하여 사실혼관계를 종료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사실혼 부부의 일방이 사실혼관계를 일방적으로 파기하여 공동생활의 사실이 없어지면 그 사실혼 관계는 해소됩니다. 다만, 사실혼이 일방적으로 해소된 때에는 그 해소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사실혼을 파기한 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집니다.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에 대한 판단은 일반적으로 이원혼인이나 혼인취소원인에 준하는데, 학대 폭행 가출행위, 성기능의 불완전 등은 사실혼 해소의 정당한 사유로 보나 임신불능은 정당한 사유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판례입니다.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더라도 부부가 서로의 가족의 관혼상제에 참석하였는지, 서로의 부모나 형제들에 대한 부양의무를 다하였는지 등도 사실혼관계가 존재하였는지 인정할 수 있는 간접적인 사실이 될 수 있을 것인데 이를 다투게 되면 입증도 쉽지 않은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법에서 다루고 있는 가족이라는 제도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가족이라는 개념의 최소한의 뼈대 정도가 아닌가 합니다. 그것만 지키고는 정상적인 가족이라고 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죠. 가족문제의 해결을 법원에 구하는 일은 되도록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족들이 행복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 송영곤, 민법의 쟁점(II), 유스티니아누스(2001), 869-878면 참조

2014년 6월 19일 목요일

경험법칙

세종의 강신섭 대표변호사님께서 법률신문에 경험법칙에 대한 칼럼을 올리셨는데 그 가운데 미국 연방 대법관을 지낸 올리버 웬델 홈즈 2세가그의 명저 보통법에서 '법의 생명은 논리에 있지 않고 경험에 있다. 시대의 요청, 시대의 도덕률과 정치이론, 공공정책과 본능적 직감, 심지어 판사들과 소송당사자들이 공유하는 편견조차도 삼단논법에서 나오는 메마른 논리보다 낫다'는 취지로 설파하였다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관련 칼럼).

"취지로 설파"하였다는 부분을 보고, 원문과 동일하지는 않겠구나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원문은 어떻게 되어 있나 찾아보았습니다. 인터넷에서 전체(Common Law)를 읽어볼 수 있네요. 책 중간에 나와 있으면 어떻게 찾나 걱정했는데, 1강 - 책임의 초기형태(Early Forms of Liability) 부분에 나와 있습니다. 제 해석을 덧붙입니다. 위에서 인용된 부분은 밑줄친 부분인 것 같습니다.

 The object of this book is to present a general view of the Common Law. To accomplish the task, other tools are needed besides logic. It is something to show that the consistency of a system requires a particular result, but it is not all. The life of the law has not been logic: it has been experience. The felt necessities of the time, the prevalent moral and political theories, intuitions of public policy, avowed or unconscious, even the prejudices which judges share with their fellow-men, have had a good deal more to do than the syllogism in determining the rules by which men should be governed. The law embodies the story of a nation's development through many centuries, and it cannot be dealt with as if it contained only the axioms and corollaries of a book of mathematics. In order to know what it is, we must know what it has been, and what it tends to become. We must alternately consult history and existing theories of legislation. But the most difficult labor will be to understand the combination of the two into new products at every stage. The substance of the law at any given time pretty nearly corresponds, so far as it goes, with what is then understood to be convenient; but its form and machinery, and the degree to which it is able to work out desired results, depend very much upon its past.


이 책의 목적은 보통법의 일반적인 관점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이 과업을 달성하기 위하여 논리 이외에 다른 도구들이 필요하다. 어떠한 체제의 일관성이 특정한 결과를 요구한다는 것은 중요한 것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법의 생명은 논리에 있어 왔던 것이 아니다: 그것은 경험에 있어 왔다. 느껴지는 시대적 필요성, 지배적인 도덕률과 정치이론, 공공정책의 직관들은, 공공연한 것이든 무의식적인 것이든, 심지어 판사들이 그 동료들(fellow-men, 이 부분을 강신섭 변호사님께서는 소송당사자로 번역하였습니다)과 함께 공유하는 편견들도,  인간이 지배되는 규율들을 결정함에 있어서 삼단논법보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여 왔다. 법은 어떠한 국가의 수세기에 걸친 발전의 이야기를 체화하는 것이고, 오직 수학에서와 같은 공리와 추론들만을 포함하는 것인양 다루어질 수는 없다. 법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 우리는 법이 어떠했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되는 경향에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우리는 번갈아가면서 입법의 역사와 현존하는 이론에 자문을 구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작업은 모든 단계에서 그 두가지가 조합되어 새로운 산출물이 된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될 것이다. 법의 내용은 어느 주어진 시대에서도 거의, 그것이 지금까지 그래왔듯(so far as it goes), 그 당시에 편리한 것으로 이해되는 것에 상응한다; 하지만 법의 형태나 조직원리(machinery), 그리고 법이 어느 정도까지 기대되는 결과를 산출해 낼 수 있는지는, 매우 많이 그 과거에 의존한다.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것은, 법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그것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우쳐주는 것 같습니다.

2014년 6월 18일 수요일

[맛집 소개] 우래옥 평양냉면




어렸을 때는 평양냉면을 접해본 적도 없었고, 처음 평양냉면을 먹었을 때는 "이걸 왜먹나" 하는 생각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느샌가 함흥냉면의 자극적인 맛이 부담스러워지고 나도 모르게 슴슴한 평양냉면의 맛에 빠져들어가고 있는듯 합니다.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집들은 너무 많기 때문에 일일이 소개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최근에 오랜만에 간 우래옥 냉면과 불고기의 사진이 있어서 올려 봅니다.

우래옥은 을지로에 본점이 있는 오래된 음식점입니다. 손님들 구성이 70% 정도가 노인분들이실 만큼 트렌드를 타는 음식점이 아니란 이야기지요. 부담스럽지 않은 국물에 사각사각한 김치맛이 일품입니다. 삼성동에도 지점(분점?)이 있으니 거리상 편한 곳을 택하시면 되겠습니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으나 본점이 쪼끔 더 맛있다는 생각입니다. 식사시간에 가시면  평일이라도 웨이팅이 있을 수 있습니다. 팁이라면 메뉴판에 나와 있지 않지만 약간의 비용이 더 들어가는 "순면"을 시키는 것입니다. 또 냉면만 먹는 경우 종업원이 선불결제를 요구하지만, 고기를 같이 시키면 후불결제가 되고, 고기를 먹는 손님에게만 후식(수박)이 제공됩니다.

강남역 부근의 을밀대도 자주 찾는 평양냉면집입니다. 교대역에서 한정거장 걸어갔다가 냉면먹고 한정거장 걸어오는 코스죠. 강남역 부근 을밀대의 특징은 가격을 더 받지 않고 곱배기(?)를 달라고 하면 1인분의 1.5배 정도의 사리가 들어있는 냉면을 내어주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장충동의 평양면옥, 의정부의 평양면옥, 필동면옥, 을지면옥(이 음식점들은 모두 한집안에서 나온 체인이라고 하네요)도 유명하고, 저는 장충동 평양면옥에서 냉면을 먹어본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제입맛에는 우래옥의 냉면이 제일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더위에 입맛이 없어지는 시기지요. 가끔씩 평양냉면도 찾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2014년 6월 17일 화요일

멘탈게임



*사진은 기회가 되면 사고 싶은  RBZ 유틸리티 우드입니다.

골프는 멘탈게임이라고 합니다. 골프를 처음 시작하고 나서는 그게 무슨 말인지 별로 이해가 가지 않았었습니다. 공 주우러 다니기 바쁜 초보자에게 오늘 샷감각이 좋지 않다는 둥 하는 말은 사치스러운 것에 지나지 않았지요.

작년 이맘때 정도부터 규칙적으로 골프연습장에서 연습을 하고 한달에 한두번 라운딩을 하면서 서서히 "골프는 멘탈 게임이다"라는 말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연습장에서의 기억에 따르면 분명히 똑바로 나가야 할 볼이 라운딩에 가서는 똑바로 가지 않을때, 라운딩에서는 연습장에서의 그 스윙과 타격감이 나오지 않을때, 문제는 한번 잘못된 자세나 스윙이 라운딩 내내 고쳐지지 않고 똑같은 문제를 나타낼 때 일반적인 골퍼는 "멘붕"에 빠집니다. 라운딩에서 잘못된 자세나 스윙이 교정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그 여파는 멘붕에 빠진 후 2-3홀 이상 계속되게 됩니다.

저는 아이언샷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급한 처방으로 롱아이언 대신 유틸리티 우드를 잡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곤 합니다. 150야드가 넘는 경우에는 유틸리티우드로 거리조절을 해서 치는 것이죠. 아이언이 안 맞을 때 망가진 스윙이라고 하더라도 유틸리티우드를 치는 경우 상대적으로 스윙이 편안해 져서 미스샷 확률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관용성이 있는 채이기 때문에 임팩트순간에 열려맞더라도 생크가 날 염려가 적기도 하고요. 무엇보다도 아이언을 들면 잘못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이 박혀 있는 상태에서 유틸리티우드를 들면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게 되므로 잡생각에 몸이 경직되지 않는 탓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멘탈에 이상이 생기면 부정적인 생각이 들지 않는 채를 잡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나 할까요. "일체유심조"가 이런 때에도 통용되는구나 하게 되네요.

얼마 전에 선배 형님과 스크린을 쳤습니다. 항상 편안하게 해주시는 형님이신데 게임에는 긴장이 필요하다는 주의셔서 게임비 내기를 했지요. 저보다 실력이 뛰어나시므로 제가 구장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도 주시고, 5개를 잡아주시면서 형님께서 5개를 초과하는 점수로 이기셔야 승리하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첫홀 형님 버디 저 트리플로 시작한 뻔해 보이는 라운드였는데, 의외로 마음을 비우고, 긴 거리 아이언샷은 비치된 RBZ 유틸리티우드로 편하게 치니 갈수록 점수가 괜찮아 지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선배 형님 82타 저 83타로 마무리되어 결과적으로 게임비를 내지 않게 되었는데요. 실수를 하더라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어렵게 보이더라도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고 담담한 정신상태를 유지한 것이 평소보다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역시나 멘탈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은가.. 그리고 자신의 샷에 자신감을 가져다 주는 부적같은 채가 하나쯤 있는 것도 괜찮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 날이었습니다.

2014년 6월 16일 월요일

연예인 사진 무단사용


*사진은 걸스데이 유라의 사진입니다.

연예인에게 옷을 협찬하여 주었더라도 착용한 사진을 무단으로 광고 등에 사용하면 안될 것입니다. 연예인의 허락 없이 초상과 성명을 의류판매용 광고에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연예인 개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걸스데이의 방민아씨등 3명이 (주)에이션패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재판부는 “연예인에게 의류를 협찬하고 그 의류를 입고 찍은 연예인의 사진을 매장용 팝 광고에 사용하는 것이 업계의 확립된 관행이라고 볼 수 없다”며 “협찬 의류가 실제 연예인에게 증정됐다는 것을 증명해달라는 요청을 이행하기 위해 사진을 찍어서 보내준 것이지 이를 광고에 사용하도록 허락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면서 원고 1인당 100만원씩 300만원을 지급을 명하는 원고 일부승소판결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법 6. 10. 선고 2013가단267743 판결). 더 자세한 사항은 법률신문 관련기사를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2014년 6월 13일 금요일

성범죄자의 신상정보 공개


우리 사회의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요구가 점점 높아지고, 이전에는 중대한 범죄라고 여겨지지 않았던 행위들에 대해서 이를 성범죄로 처벌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단적인 예로 형법 외에도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이 성폭력에 대한 엄한 처벌과 부수처분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성범죄자에 대한 부수처분으로 추가된 것으로 전자팔찌를 채우는 것이 대표적인데, 그 뿐 아니라 성폭력범죄에 대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위 법들은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법"이라고 합니다) 제42조 제1항은 형법 중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준강간, 준강제추행, 강간 등 상해 치상, 강간 등 살인 치사, 미성년자등에 대한 간음, 업무상위력등에 의한 간음,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 추행, 강도강간, 성폭법 제3조 내지 제15조에서 규정한 죄(특수강도강간, 특수강간 등, 친족관계의 의한 강간 등, 장애인에 대한 강간 강제추행 등,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 강제추행 등, 강간 등 상해치상, 강간등 살인치사,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성적 목적을 위한 공공장소 침입행위,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각 미수범) 및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의 범죄를 "등록대상 성범죄"로 정의하고, 이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 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에 따라 공개명령이 확정된 자를 "신상정보 등록대상자"라고 합니다.

이 경우 법원은 등록대상 성범죄로 판결을 선고할 경우에 등록대상자라는 사실과 신상정보제출의무가 있음을 등록대상자에게 알려주어야 하는데(성폭법 제42조 제2항), 판결문에 이 내용이 들어가게 됩니다. 등록대상자는 판결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자신의 신상정보를 관할경철관서의 장에게 제출하여야 하고(성폭법 제43조 제1항), 1년마다 자신의 사진을 촬영하여 전자기록으로 저장보관하도록 하여야 합니다(성폭법 제43조 제2항). 문제는 등록정보가 공개된다는 점입니다. 법원은 판결로 공개정보를 등록기간(20년입니다)동안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공개하도록 하는 명령을 판결과 동시에 선고하여야 합니다(성폭법 제47조 제1항,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법률 제59조). 등록정보의 공개는 여성가족부장관이 집행합니다(성폭법 제47조 제2항).

성폭력범죄들은 대부분 중한 범죄이기 때문에 이를 사회공동체에 알릴 필요성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폭법에 규정되어 있는 범죄들은 매우 다양합니다. 예컨데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도 성폭법상 범죄로서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신상정보가 공개되게 됩니다. 물론 강간 내지 강제추행을 한 사람이 카메라로 피해자의 사진을 찍어 협박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여 신상정보 공개가 당연한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문제는 지하철에서 미니스커트나 원피스 입은 여자 사진을 잘못찍기만 해도 벌금형이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실무상 모르는 여성의 전신사진을 찍은 경우에는 성폭법위반이 아니지만 강조해서 찍으면 성폭법 위반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관련기사), 카메라 촬영을 하였다는 것을 강간. 강제추행 등과 같은 수준으로 놓고 신상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문제는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으로 성폭법을 위반한 피고인이 초범이고 여러가지 참작할 사정이 많아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경우입니다. 선고유예판결도 유죄판결이기 떄문에 성폭법 제42조 제1항에 따라 선고유예판결을 받은 피고인도 신상정보공개의 "등록대상자"가 되어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선고유예는 "형의 선고를 유예함으로써 피고인에게 처벌받았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 것이 사회복귀에 도움이 된다는 특별예방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제도"인데, 신상정보의 공개는 선고유예제도의 목적에 정면으로 반하게 됩니다. 기껏 선고유예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신상정보가 공개됨으로써 전과가 남는 것과 다름없이 범죄자 낙인이 찍혀 버리는 것은 불합리하지 않은가 생각됩니다. 특히 선고유예를 받은 날로부터 2년이 경과한 때에는 면소된 것으로 간주되는데, 2년 후에는 형은 없어지고 신상정보공개만 남게 되는 결과는 선고유예를 받은 피고인에게 여러모로 부당하다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법원으로서는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를 성폭법 제42조 제1항의 유죄판결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해석하고자 해도, 성폭법 제16조 제2항에서 "유죄판결(선고유예를 제외한다)를 선고하는 경우에 500시간의 범위 내에서 재범예방에 필요한 프로그램의 이수명령을 병과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성폭법 제42조의 유죄판결 부분이 제16조 제2항의 유죄판결 부분과 달리 규정되어 있는 이상, 해석으로 유죄판결에서 선고유예를 제외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깔끔할 것이지만, 법이 바뀌기 전이라도 법원의 해석에 의하여 신상공개정보의 넓은 범위를 제한해줄 것을 요구해 봄직도 하지 않을까요.

2014년 6월 12일 목요일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 선정


*사진은 배심원에 관한 유명한 영화인 '12명의 성난 사람들'의 포스터입니다.

며칠 전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어머니께서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으로 선정되었다는 통지를 법원으로부터 받으셨다며 안나가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셨습니다. 주위 분들 중에 배심원을 해보셨다는 분을 본적이 없어서 일단 주섬주섬 찾아서 알려드렸는데요. 혹시 배심원으로 선정되었다는 통지가 오신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하 "참여재판법"이라고 합니다)에 의하여 "배심원이 참여하는 형사재판"으로 대상사건은 지방법원과 그 지원 합의부 관할 사건(참여재판법 제5조 제1항)입니다. 즉, 중한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 대한 사건이 그 대상이 되며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 경우에 한하여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됩니다(참여재판법 제5조 제2항). 

배심원은 국민참여재판을 하는 사건에 관하여 사실의 인정, 법령의 적용 및 형의 양정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권한이 있으며(참여재판법 제12조 제1항), 법정형이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해당하는 대상사건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는 9인의 배심원이, 그 이외의 대상사건에는 7인의 배심원이 참여합니다(참여재판법 제13조 제1항). 법원은 배심원의 결원 등에 대비하여 5인 이내의 예비배심원을 둘 수 있습니다(참여재판법 제14조 제1항). 배심원의 여비는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규칙에 따라 정해지는데, 배심원으로 참석을 하는 경우 12만원, 선정기일에 배심원후보자로서 출석한 경우 배심원으로 선정되지 않아도  6만원의 일당이 지급됩니다(대법원 국민참여재판 안내 홈페이지에는 10만원/5만원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2013년 법률신문 기사에는 12만원/6만원으로 되어 있습니다. 2008년에 도입된 당시에서 일당이 인상된 것으로 보입니다).

배심원후보자는 배심원선정절차에서 배심원 또는 예비배심원으로 선정되는데, 판사, 검사, 변호인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거치게 되고, 검사와 변호인이 기피신청을 하게 되면 배심원으로 선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변론집중을 위해서 배심원과 예비배심원은 변론 종결 후에 알려주게 됩니다. 즉, 배심원과 예비배심원은 모두 공판절차에서 검사와 변호인의 주장을 듣고 증거조사 과정을 지켜보게 되는 것입니다. 배심원이 증인이나 피고인을 신문할 때 궁금한 점을 신문 종료 후 재판장에게 제출하여 질문할 수 있으며(참여재판법 제41조), 재판장은 변론 종결 후 배심원에게 사건의 쟁점과 증거, 적용법률, 판단원칙에 대하여 설명하여 줍니다(참여재판법 제35조 제1항).

이후 배심원들은 피고인의 유무죄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는 평의절차를 통해 피고인의 유무죄에 대하여 의견이 일치가 되면 평결서를 작성하여 재판부에 전달하게 됩니다. 유무죄 의견이 일치되지 않으면 또는 배심원 과반수가 요청하면 재판부 의견을 청취할 수 있으며 재판부 의견을 들은 후에도 의견이 갈리게 되면 다수결의 방법으로 평결을 하게 됩니다(참여재판법 제35조 제2항, 제3항).  유죄 평결이 내려지면 재판부와 함께 피고인에게 부과할 적정한 형에 대하여 토의하게 됩니다(참여재판법 제35조 제4항). 배심원의 평결과 의견은 법원을 기속하지는 않는데(참여재판법 제35조 제5항), 이번에 서울고법에서는 "국민의 형사재판참여에 관한 법률은 배심원 평결의 효력에 대해 권고적 효력만을 부여하고 있지만 법원은 가급적 배심원 평결의 혀력을 존중해 나가는 방향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배심원이 만장일치로 평결을 한 경우 법원은 배심원의 평결결과를 존중"해야 하며, "특히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이 주된 쟁점이 되는 사건에서 배심원이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하였다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에 비춰 명백하게 잘못됐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거나, 평결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저하게 부당하게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이를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2013노2133 판결, 관련 기사). 

배심원은 일반인이 형사재판에 참여하여 유무죄를 평결하는 만큼, 다음과 같은 유의사항을 준수하여야 합니다. 

- 배심원 상호간 또는 다른 누구와도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 평의에 들어가기 전까지 사건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거나 의논할 수 없습니다.
- 재판절차 외에서 사건정보를 수집하거나 조사할 수 없습니다.
- 누구라도 배심원 직무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시도를 알게 되면 즉시 법원에 알려야 합니다.
- 재판장 허락없이 법정, 평의실을 떠날 수 없습니다.
- 평의 평결 및 토의과정에서 알게 된 판사 및 배심원 각자의 의견과 그 분포 등을 누설하여서는 안됩니다.

마지막으로 배심원, 예비배심원, 배심원후보자가 정당한 사유없이 지정된 일시에 출석하지 않거나, 선서를 거부하거나, 질문서에 거짓을 기재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경우 법원은 결정으로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출석하지 못할 사정이 있다면 근거서류 등을 첨부하여 법원에 알려야 합니다. 실제로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한 배심원에게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도 있습니다(관련 기사). 

어머니께 '12명의 성난 사람들'을 보고 가시라고 해볼까요. ㅎㅎ 모쪼록 어머니께서 배심원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오시길 빌어봅니다.


2014년 6월 11일 수요일

가압류 후 본안패소한 가압류채권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가압류 후 본안소송에서 패소확정된 가압류채권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것이 가능한지의 문제는, 가압류가 법원의 결정이므로 가압류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한 책임이 가압류채권자에게 있는가, 또한 배상범위는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의 문제입니다. 부동산에 가압류를 하게 되면 대체로 선순위 근저당권자인 은행은 가압류가 말소되지 않으면 근저당권을 실행하여 버리겠다고 하기 때문에, 가압류된 부동산이 본안소송의 결과가 나오기 전에 경매되어 버리는 일을 막기 위해서 부동산 소유자는 가압류의 집행을 취소하기 위하여 가압류채권금액을 공탁하여 가압류집행취소결정을 받아야 합니다(이를 '해방공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해방공탁을 한 금액에 대한 이자는 민법상 이율(연 5%)보다 낮기 때문에 부동산 소유자가 가압류채권자와의 본안 소송에서 승소하면 그 차액을 손해배상으로 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판례는 가압류나 가처분 등 보전처분은 법원의 재판에 의하여 집행되는 것이기는 하나 그 실체상 청구권이 있는지 여부는 본안소송에 맡기고 단지 소명에 의하여 채권자의 책임 아래 하는 것이므로, 그 집행 후에 집행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패소확정되었다면 그 보전처분의 집행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는 특별한 반증이 없는 한 집행채권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추정되고(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다35461 판결), 부당한 집행으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며, 부당한 보전처분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하여 일반적인 불법행위의 성립에 있어서 필요한 고의 또는 과실 이외에 오로지 채무자에게 고통을 주기 위하여 보전처분을 하였다는 점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대법원 1995. 4. 14. 선고 94다6529 판결)라고 합니다. 또한 "본안소송에서 패소 확정된 보전처분채권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가압류채무자가 가압류청구금액을 공탁하고 그 집행취소결정을 받았다면, 가압류채무자는 적어도 그 가압류집행으로 인하여 가압류해방공탁금에 대한 민사법정이율은 연 5푼 상당의 이자와 공탁금의 이율 상당의 이자의 차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보아야"(대법원 1992. 9. 25. 선고 92다8453 판결) 한다고 합니다.

가압류가 받아들여진 다음 본안 소송에서 전부패소한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가압류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가압류채권자가 본안에서 일부 승소한 경우에 대하여 판례는 "가압류신청에서 채권액보다 지나치게 과다한 가액을 주장하여 그 가액대로 가압류결정이 된 경우 본안판결에서 피보전권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부분의 범위 내에서는 가압류채권자의 고의 과실이 추정되고,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고의 과실이 부정된다. 가압류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패소하여 그의 과실이 추정되는 경우, 그 금액은 가압류채권자에게 귀책사유 있는 잘못된 충당행위로 인한 손해임이 본안소송에서 확정된 이상 가압류채무자가 업무상배임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다거나 사실관계 및 소송의 경과가 복잡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부당한 보전처분에 대한 가압류채권자의 과실추정이 번복되지 않는다."(대법원 1888. 8. 3. 선고 98다3757 판결)고 하고 있어서 가압류채권자가 일부승소하더라도 패소한 부분에 대해서는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을 해 주어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2014년 6월 10일 화요일

[맛집 소개] 이심전심(구 동래파전) 밀면

<사진 1>

<사진 2>

<사진 3>

*사진 1은 이심전심(서울시 서초구 교대역 근처 소재)에서 시킨 밀면이고 사진 2는 부산 개금시장 내 개금밀면(해육식당)에서 지난 겨울에 먹었던 밀면, 사진 3은 리모델링한 개금밀면(해육식당)입니다.

서울에서는 전국 각지의 음식들을 대부분 먹어 볼 수 있습니다. 몰라서 그렇지 서울 어딘가에는 전국에서 유명하다는 음식들을 특기로 하는 음식점들이 수없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름이 다가오면 냉면도 좋지만 달달한 국물의 밀면도 괜찮은 별미입니다. 저는 4-5년전 부산여행을 가서 처음 밀면을 먹어보았는데 오뎅국물을 식혀놓은 듯한 국물에 고추장 간이 입에 딱 맞아서 이젠 부산음식, 특히 돼지국밥과 밀면을 먹으러 부산으로 휴가를 가기도 하게 되었습니다.

부산에서 밀면을 먹을때 찾는 곳은 개금시장 내에 있는 "개금밀면"입니다. 평일에도 식사시간을 전후해서는 시장골목으로 줄을 늘어서기 일쑤인 곳이었는데 지난 겨울에 가니 현대식으로 리모델링을 해서 시원섭섭 했었습니다(사진 3). 개금시장은 재래식 시장이라 차를 가지고 가는 경우 주차가 어려우니 그 옆의 홈플러스에 차를 대고 걸어오면 편합니다(개금밀면 소개 블로그 참조).

하지만 밀면이 먹고 싶을 때마다 부산에 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 서울에서 밀면을 먹을 때는 삼성동 포스코빌딩 뒷편의 "구운몽"이라는 고기집에서 먹곤 했었습니다. 구운몽은 육질이 좋은 고기를 제공하는 식당으로 회식이나 접대에도 손색이 없는 곳인데(꽤 가격이 됩니다), 고기 먹고 난 후에 간단한 식사로 밀면이 메뉴에 나와 있습니다(구운몽 소개 블로그 참조).

지금은 서초동에 있는 관계로 이심전심(구 동래파전)이라는 음식점에서 밀면을 먹습니다(사진 1). 이심전심이라는 음식점은 서초동 근처 직장인들이 싸고 맛있는 점심을 찾아 몰리는 음식점입니다. 밀면이 6,000원짜리인데 그 자체로도 면의 양이 꽤 많은 편입니다(제가 많다고 하면 왠만한 여성분은 혼자 못 드시는 경우가 있는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양이 많으신 분은 사리를 하나 더 시켜 드셔도 괜찮은데 밀면 두그릇 먹을 각오로 시키시면 알맞습니다.

함흥냉면의 시원한 맛과 평양냉면의 슴슴한 맛 이외에도 달달하면서도 새콤한 밀면을 맛보고 싶으신 분들께 그러나 부산은 너무 먼 분들께 서초동 이심전심의 밀면을 추천해 드립니다.

2014년 6월 9일 월요일

인터넷으로 술을 팔 수 없는 이유


*사진은 목재 케이스만 중고나라에서 수만원에 거래된다는 발렌타인 30년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을 통하여 주류를 판매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전통주에 한하여 이러한 규제가 풀려서 전통주의 경우에는 일정한 제한 하에 인터넷에서의 판매가 허용되었습니다. 주류를 인터넷을 통해서 팔 수 없도록 하는 이유가 뭔지 알 수 없다는 트윗 을 보고 궁금해 할 분이 있을 것 같아 근거를 찾아보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주세법을 통하여 국세청장이 주류업자들에 대한 규제를 합니다. 주세법 제40조 제1항은 "국세청장은 주세 보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대통령령 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주류 밑술 또는 술덧의 제조자나 주류판매업자에게 제조, 저장, 양도, 양수, 이동, 설비 또는 가격에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다"고 하고 있고, 주세법 시행령 제47조는 "국세청장은 주류 밑술이나 술덧의 제조자 또는 주류 판매업자에 대하여 주류 밑술 또는 술덧의 제조 저장 양도 양수 또는 이동에 있어서 원료 품질 수량 시기 방법 상대방 기타의 사항에 관하여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주세법 제40조 및 주세법 시행령 제47조에 따라 국세청은 고시로서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를 발령하여 주류의 통신판매를 규율합니다. 이에 따르면 주류를 통신판매할 수 있는 사업자는 "농산물을 주된 원료로 주된 원료로 하여 제조하는 주류", "전통문화의 전수보전에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청장 등이 추천하는 주류", "식품산업진흥법에 따라 지정된 주류부문의 전통식품명인에 대하여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이 추천하는 주류", "제주도개발특별법에 따라 1999. 2. 5. 이전에 제주도지사가 국세청장과 협의하여 제조허가를 한 주류", "관광진흥을 위하여 1991. 6. 30. 이전에 건설교통부장관이 추천하여 주류심의회 심의를 거친 주류"를 생산하는 주류제조업면허자로서 관할 세무서 장의 승인을 받은 자에 한합니다. 한마디로 "전통주"로서 세무서장이 인정하는 주류제조업면허자만이 인터넷을 통하여 판매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자연스러운 반대해석으로서 전통주를 제외한 다른 주류들은 인터넷 등 통신판매를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맥주는 인터넷으로 판매할 수 없다는 결론이 되는 것이지요.

그나마 위 고시는 2014. 3. 27. 시행된 것으로서 그 이전에는 전통주고 뭐고 할 것 없이 주류의 인터넷을 통한 판매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었습니다(통신판매는 제한적으로 허용되었지만 인터넷 판매는 전면 금지. 자세한 사항은 개정전 고시  4. 참조 : 인터넷을 통하여 주류를 판매할 수 없으며 인터넷 사이트에 주류의 홍보 및 정보제공을 하는 경우에는 주류의 배송, 결제방법, 계좌번호, 주문전화번호 등 판매와 관련한 정보 등을 표시할 수 없었습니다). 미국 대공황시대의 금주법 이래 유구한 주류에 대한 국가의 제한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도 전통주는 인터넷을 통해서 주문할 수 있게 되었으니 전통주 애호가에게는 좋은 소식이 아닌가 합니다.

2014년 6월 5일 목요일

프리랜서 사업자와 근로자와의 구별




*사진은 프리랜서로 전향하신 후 화보 찍어 내려주신 야구여신 최희님이십니다

사업을 하는 사업주들로부터 듣는 고충 중 제일로 꼽는 것이 바로 "돌아오는 월급날"에 대한 공포입니다. 사장님들은 1주일이 1달이 정말 빨리 가서 바로 어제 월급 준 것 같은데, 1달 동안 번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 꼬박꼬박 닥치는 월급날 직원들에게 월급을 못주면 어떡하나 하는 것이 큰 고민거리라고 합니다. 사업을 하면 항상 잘 되는 것은 아니라서 장사가 신통치 않아도 직원들 월급은 꼭 주어야 하는 것이고, 급하면 빚이라도 내서 주어야 하는 것이니까요. 도대체 왜 사장님들은 직원월급을 급하면 빚이라도 내서 주어야 하는 것일까요. 직원들 급여를 주지 않으면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근로기준법 제3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동법 제109조는 "제36조... 를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동법 제44조 제1항은 "제9조에 위반하여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사업주를 위해 일한 사람이 근로자인지 여부가 매우 중요하게 됩니다. 근로자라면, 근로자성이 인정된다면 근로자에게 급여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사용자(사업주)는 형사처벌을 받게 되지만,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 사업자로서 업무를 위임받아서 처리하거나 도급받아 처리한 사람이라면 그에게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경우 민사책임을 질 지언정(사기 등에 해당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업주들이 근로자로서 일을 하는 직원들에게 실질적으로 급여를 지급하면서도 직원들을 별개 사업자로서 사업소득세 신고를 하고 납부를 하도록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 경우 직원들이 근무할 당시에는 뭐라고 하지 못합니다. 사장님은 갑이니까요. 하지만 직원들은 퇴직을 한 다음에는 자신이 사업자가 아니라 근로자로서 근무한 것이므로 미지급 급여나 퇴직금의 지급을 사업주에게 요구하고, 사업주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고용노동청에 근로기준법 등 위반으로 사업주를 고발하게 됩니다. 고발한 근로자가 근로자로서 근무한 것이 인정되는데, 급여를 제대로 지급하지 아니한 것이 밝혀지면 사업주는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프리랜서 사업자와 근로자를 구별하는 기준이 중요하게 됩니다. 근로자성과 관련하여이미 판례는 일반론으로 "근로자와 체결한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자가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기준으로 근로자가 종속적인 관계에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 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 졌는지",
"근로소득세 및 원천징수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 지"
등의 경제적 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는 숫자가 여러개면 근로자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적다면 근로자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낮아질 것입니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 졌는지, 근로자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됩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사업주의 사업장에서 별도의 사업자등록을 하고 의류제조공정 중 봉제업무를 수행하고 기본급 없이 작업량에 따른 성과급만을 지급받았다고 하더라도, 사업주의 지휘감독을 받아 업무를 수행한 자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다51417 판결)하고, 간병인들은 간병인협회의 근로자로 볼 수 없으며(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9도311 판결),  신용정보회사와 채권추심업무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채권추심업무를 처리한 채권추심원은 근로자에 해당하고(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 816 판결),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였고 이른바 '4대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은 미용학원강사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07. 9. 7. 선고 2006도777 판결)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애매한 사안으로 골프장에서 근무하는 캐디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는 해당하지 아니하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근로자에는 해당한다고 합니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다78804 판결 등).

경기도 안 좋아 매출은 줄어드는데, 가뜩이나 쓰기 어려운 직원은 그만 둔다고 하고, 그만 두고 나서는 급여 못받았다고 고발하고,  사업주들로서는 직원들이 갑 아니냐는 하소연까지 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나마 이런 법적 안전망이 있어서 더 경제적 사정이 안좋은 근로자가 임금이라도 챙겨가는게 아닐까요. 근로자들의 고발도 사업주들의 하소연도 나오지 않도록 경기가 좋아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2014년 6월 3일 화요일

반성





둘째 놈이 학교에서 만들어 왔다고 하면서 식탁 위에 올려 놓았길래 찍어 보았습니다. 원래는 학교에서 바구니를 만들라고 하여 만든 것인데, 그것이 스타크래프트2에 나오는 건물과 비슷해 보여서 저렇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두번째 사진인 감지탑이나(스타1의 터렛에 해당), 세번째인 업그레이드된 커맨드센터를 만든 것으로 추측되네요.

유독 남자 아이들은 게임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둘째놈 같은 경우에는 게임에서 나온 캐릭터나 건물 등을 실제로 만들어 보는 것도 꽤나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게임을 즐기며 살아온 터라 그것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이나 재미에 빠져서 다른 일을 등한시하게 되면 안된다는 정도만 이야기해주는 편인데, 아무래도 휴식시간에 쉽게 접할 수 있다 보니 아이들이 게임에 과몰입되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듭니다.

물론 이러한 것은 가정에서 가족들과 나가서 친구들과 함께 같이하는 더 재미있는 활동을 하는 것으로서 극복해야 할 것이지, 게임중독법과 같이 게임을 못하게 하는 얼토당토 않은 규제로 국가나 사회가 가정에 개입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요사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이 줄어서 아이들이 게임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반성하게 됩니다.

여러 핑계도 있지만 작년에는 한달에 두번이상 주말에 아이들과 가까운 산으로 놀러 갔었는데, 올해는 몇 번 안되는게 가장 맘에 걸리네요.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을 적용하면 저는 절대 공직에 나가면 안될 것 같습니다. 둘째놈의 게임에 대한 과도한 관심부터 다른 데로 돌릴 방법을 강구해야 겠습니다.


2014년 6월 2일 월요일

**** 서울대 대학원생 성폭행 사건

'성기기형' 서울대 대학원생, 성폭행 사건서… 법률신문, 2014. 5. 30.자 기사

제목의 신기함으로 인기기사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법률신문의 기사입니다. 대법원이 확정하긴 했는데, 검사의 상고에 대해서 상고기각을 한 판결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1심 유죄판결을 뒤집은 항소심이 판단을 한 것이고, 대법원은 항소심의 판단이 맞다는 결론을 내린 것일 뿐인데, 위 기사에서 2년 전 항소심 판결의 내용을 다시 소개하면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미 2년전 항소심 판결이 났을 때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서울대판 도가니?… 집단행동… 게시판 ‘와글’ 경향신문, 2012. 1. 31.자 기사

이와 유사한 판결이 있을 때 저는 언론의 의도대로 기사를 읽는 것이 약간 불편해서 왠만하면 판결문을 찾아서 읽어봅니다. 대상이 된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성기기형이라는 것이 특이한 것이긴 하지만, "그것 때문에 무죄판결을 하다니 세상물정 모르는 판사들!!" 이런 비난을 하는 것이 마땅한 것인지는 한번 더 생각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판결문을 읽고 느낀 점은 피해자의 진술이 객관적 증거와 상충되는 경우, 진술의 신빙성이 크게 의심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CCTV 의 검증결과와 상반되는 진술이 상당수가 되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은 크게 타격을 입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피고인이 일종의 "권력관계"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항거불능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피고인이 아내와 딸이 있는 유부남이라던데 피해자와 피고인이 소위 "연애"를 하는 관계라고 볼 수가 있는 것인지.. 당사자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것이 너무도 많은 사건이며, 판결 결과만 가지고 재판부가 잘했네 잘못했네 판단하는 것도 더더욱 섯부른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