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상 혼인은 가족관계의 등록에 관한 법률에 정한 바에 의하여 신고함으로써 효력이 생깁니다(민법 제812조). 그러나 현실에서 부부가 혼인식을 올리고 실제 동거를 하고 있어 사회적 통념으로는 혼인관계에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남녀관계이지만 신고를 하지 않고 있어 법률상의 혼인이 아닌 남녀관계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와 같이 혼인관계의 실질은 존재하지만 법률이 정하는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률상의 부부로 인정되지 않는 관계를 사실혼이라 합니다.
하지만 남녀가 동거를 한다고 하여 항상 그 관계가 사실혼관계라고 할 수 있는가 이것은 문제가 됩니다. 특히 혼인식도 올리지 않고 일정 기간 동거를 하다가 그 관계가 해소된 경우, 일방 당사자는 사실혼이라고 주장하지만 상대방은 사실혼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쉽사리 이를 동거라고 할지 사실혼관계라고 할지 단정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사실혼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부부공동생활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동거, 부양, 협조, 정조의무가 인정되고, 혼인생활비용부담의무, 일상가사대리권, 일상가사로 인한 연대책임 등의 관련규정이 유추적용됩니다. 특별법상 사실혼 부부를 법률상 부부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공무원연금법 등). 그러나 상속에 있어서나 간통죄의 성립 등에 있어서 법률혼에 인정되는 강력한 보호를 받지는 못합니다. 단순한 동거는 사실혼관계에 인정되는 효과도 누리지 못할 것입니다.
단순한 동거를 넘어선 사실혼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 사실혼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이 혼인의사는 보통 혼인신고를 하여 법률상으로 부부가 되겠다는 합의가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사회적 실질적으로 부부가 되겠다는 합의가 있으면 충분합니다. 또한 객관적 요건으로 당사자 사이에 사회통념상 부부공동생활이아고 인정할 만한 사회적 실체를 형성하고 있어야 합니다. 판례도 사실혼을 정의함에 있어 "사실혼은 주관적으로는 혼인의 의사가 있고, 또 객관적으로는 사회통념상 가족질서의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실체가 있는 경우에 성립한다"(대법원 1998. 12. 8. 선고 98므961 판결)고 합니다.
사실혼 관계는 사실상의 관계를 기초로 하여 존재하는 것이므로 당사자 일방이 사망하는 경우에 해소되며, 당사자는 언제라도 사실혼 해소의 합의를 하여 사실혼관계를 종료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사실혼 부부의 일방이 사실혼관계를 일방적으로 파기하여 공동생활의 사실이 없어지면 그 사실혼 관계는 해소됩니다. 다만, 사실혼이 일방적으로 해소된 때에는 그 해소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사실혼을 파기한 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집니다.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에 대한 판단은 일반적으로 이원혼인이나 혼인취소원인에 준하는데, 학대 폭행 가출행위, 성기능의 불완전 등은 사실혼 해소의 정당한 사유로 보나 임신불능은 정당한 사유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판례입니다.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더라도 부부가 서로의 가족의 관혼상제에 참석하였는지, 서로의 부모나 형제들에 대한 부양의무를 다하였는지 등도 사실혼관계가 존재하였는지 인정할 수 있는 간접적인 사실이 될 수 있을 것인데 이를 다투게 되면 입증도 쉽지 않은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법에서 다루고 있는 가족이라는 제도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가족이라는 개념의 최소한의 뼈대 정도가 아닌가 합니다. 그것만 지키고는 정상적인 가족이라고 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죠. 가족문제의 해결을 법원에 구하는 일은 되도록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족들이 행복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 송영곤, 민법의 쟁점(II), 유스티니아누스(2001), 869-878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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