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거나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는 죄(형법 제307조)이며,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함으로써 성립하는 죄(형법 제311조)입니다. 두 죄 모두 "공연성"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습니다.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들은 사람이 한사람인 경우에는 공연성이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하여 판례는 전파성의 이론을 받아들여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였다고 하여도 이로써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합니다.
결국 특정한 사람에 대한 사실의 적시는 비밀이 보장되거나 전파될 가능성이 없는 특수한 경우에 공연성이 부정되는데, 그 예로 피해자의 친척 한사람에게 피해자의 불륜관계를 이야기한 경우, 피고인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감추려고 하면서 집안관계인 사람들 앞에서 사실을 적시한 경우, 피고인이 피해자와 동업관계에 있고 친한 사이인 사람에게만 피해자의 험담을 한 때 등에는 그것이 전파될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공연성이 부정됩니다.
법률신문을 읽다가 공연성이 부정되는 사안을 발견하여 찾아본 것인데, 오늘 본 사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청주지방법원은 "현행범으로 체포된 피고인이 동료 경찰관 3명만이 있는 지구대에서 그 중 경찰관 1명에게 욕설을 하였다는 이유로 모욕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나머지 경찰관 2명이 그 욕설을 전파할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모욕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이 부정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청주지법 2014. 5. 23. 선고 2013노941 판결). 공연성이 부정되는 사안으로 "경찰관들만이 있을 때"를 추가해 놓아야 겠네요.
* 이재상, 형법각론, 박영사(1998), 171-172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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