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의 마지막날, 큰넘은 계절학기 듣는다고 대전에 있고, 둘째넘은 저녁 9시에 영어학원이 끝난다고 합니다. 다행히 두넘 다 2020년 1월 1일에는 별다른 계획이 없다고 하길래, 며칠전에 새해맞이 가족여행을 계획해 보았습니다.
둘째넘이 영어학원이 끝나는 9시에 출발해서 대전에 도착해 큰넘을 픽업하고 호텔에서 1박, 그리고 다음날은 작년 9월에 개장했다는 따끈따끈한 목포해상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목포에 가서 점심을 먹은 후, 대전에 와서 큰넘을 내려주고, 다시 서울로 귀경하는 1박2일 여행이었습니다.
일단 마눌님의 윤허를 얻은 다음 호텔을 예약했습니다. 예약은 호텔스닷컴 앱을 이용했는데, 한 2-3년 전에 큰넘 면접보러 가서 한밤 잘때 이용했던 토요코인대전청사점 이 "비밀특가" 라고 하면서 추천되어 있었습니다. 연말에 대전에서 숙박하려는 사람은 별로 없었는지,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이어서 바로 카드로 결제했습니다. 그리고 목포에서 점심은 며칠 전에 블로그에서 찾아놓았던 목포의 가성비 백반집 "백성식당" 또는 그 앞집인 "돌집" 또는 둘다 문이 닫거나 하면 "남경식당" 이 정도를 찾아놓고, 여행준비는 완료!
12월 31일 오후 9시 15분쯤 출발해서 대전 카이스트 기숙사에 11시 15분쯤 도착해 큰넘을 픽업하고 10분 거리에 있는 토요코인대전청사점에 도착했습니다.
토요코인대전청사점에 큰넘과 둘이 묵었을 때에는 방에 들어가면 바로 침대가 있고, 그 너머로 창문이 덜렁 있으며, 침대에 누워서 발 쪽에 있는 벽걸이 TV를 보는 게 전부였기 때문에 이번에 예약을 할 때 더블베드 2개인 스위트룸 을 예약하면서도 들어가면 침대로 꽉찬 방이겠거니 하고 들어갔는데... 어랏? 완전히 큰 거실에다가 욕조가 있는 화장실의 2룸형태의 방에 더블베드가 넉넉히 들어가고도 4명이 한칸씩 옷을 쓸 수 있는 대형옷장이 있는 큰 룸이었습니다. 토요코인에서 가장 큰 룸이 아니었을까 싶었네요. 주전부리를 싸가지고 가서 동백이랑 강하늘 밖에 나오지 않는 연기대상 와중에 새해 카운트다운을 맞이했습니다.
대전 엑스포 공원쪽으로 뻥 뚤린 경치가, 라스베가스 호텔에서 사막이 횡댕그레하던 모습을 생각하게 하더군요.
방이 큰게 인상적이어서 나올 때 한장 더 찍어 보았습니다.
호텔인지, 레지던스인지 냉장고, 세탁기, 전기레인지, 싱크대까지 없는 것이 없네요.
복도도 밝고 깨끗하니 맘에 들었습니다. 미역국에 밥말아서 먹은 다음 토스트까지 야무지게 조식(숙박비에 포함)을 먹고 8시가 조금 넘어 목포로 줄발했습니다. 약 200km 정도라 서울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훨씬 부담이 덜했습니다.
대전에서 목포까지는 호남고속도로로 광주까지 내려가서 광주-무안 고속도로를 타고 무안에서 서해안고속도로로 목포까지 이어지는 경로였습니다. 호남도 고속도로가 상당히 정비되었네요.
11시가 조금 넘어서 목포해상케이블카 북항스테이션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목포해상케이블카는 각각 주차장이 있는 북항스테이션과 고하도스테이션 사이를 왕복하는 구조인데, 중간에 유달산 중턱에 유달산스테이션을 거쳐 갑니다. 유달산 스테이션에 내려서 30분 정도 등산을 하면 유달산 정상에 올라가볼 수 있습니다. 유달산스테이션과 고하도스테이션 사이가 바다라서 바다위를 케이블카를 타고 횡단하는 것과 유달산의 모습을 케이블카에서 구경하는 것이 백미입니다.
북항스테이션은 이미 주차장 만차에 케이블카를 타려면 30-40분의 대기해야 합니다. 공휴일에 이정도 대기는 애교라고 생각하고, 오뎅 하나씩 먹으면서 기다렸습니다. 목포 북항 스테이션에 입점한 부산미도어묵 이라...
케이블카는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캐빈과 바닥이 막힌 일반캐빈으로 구별되고, 크리스탈캐빈이 3,000원더 비쌉니다. 크리스탈캐빈과 일반캐빈은 대기하는 줄 자체가 다른데, 기다리는 시간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해서, 일반캐빈으로 표를 끊었습니다.
유달산 가는 동안은 목포 구시가지를 구경하고, 유달산에 가까이 와서는 유달산 정상 부근의 기암괴석을 구경하면 됩니다.
유달산을 넘어서 고하도까지는 바다에 여유롭게 떠가는 배와 멀리 보이는 바다를 구경하면 시간이 잘 갑니다.
하얀색이 크리스탈 캐빈입니다.
2번 오라고 할인 탑승카드 주는 행사를 하고 있는데, 음... 2번 오는 것은 언제가 될지 기약하기 어렵습니다.
왕복에 대인 22,000원입니다. 유달산 스테이션에서 정상에 다녀오거나, 고하도 스테이션에서 고하도 둘레길을 돌렴 각각 +1시간씩 더 걸리는 헤비한 여행이 되지만, 돌아올 때 필히 하차해서 다시 30-40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고하도 스테이션에서 내려 바로 다시 줄을 섰습니다. 돌아올때는 타임랩스로 영상도 남겨봤습니다.
타임랩스 영상
덕분에 오후 2시가 안되어서 북항스테이션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케이블카 탑승객은 3시간 주차시간 무료입니다.
2시가 조금 넘어서 미리 찾아놓은 목포 백반맛집 백성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이미 점심시간이 지나서 식당은 한산했습니다. 백반에 고등어구이+김치찌개가 나오는데 인당 8,000원입니다.
반찬이 깔끔하고 맛있어서 갓성비 맛집이라는 평이 틀리지 않음을 확인하고 왔습니다.
다음날 첫째넘이고 둘째넘이고 학교에 가야 하기 때문에 오후 3시 정도에 대전으로 출발했습니다. 새벽에 넷플릭스 영화, 우리 한석규 형 주연의 프리즌 보고 자느라고 너무 늦게 잔 때문인지 졸음이 쏟아져서 백양사휴게소에서 10분 정도 낮잠을 자고, 오면서 대전CGV 에서 6:10 에 상영하는 "미드웨이"를 예매해서 도착하자마자 팝콘 사서 영화관에 입장했습니다.
처음 생각은 전쟁영화라는 데 졸리면 2시간 영화관에서 자면 다시 서울로 복귀하는데 지장 없겠지 했는데.... 상상외로 영화가 재미있었습니다. 끝나고 나서 감독이름이 재난영화의 대가 "롤랜드 애머리히"였다는 걸 보고 무릎을 탁 쳤네요. 이래서 내가 졸 수가 없었구나...
영화보고 나니 8시 반인데, 한층 아래 식당가에 갔더니 라스트오더가 끝났다네요. ㅜㅜ 늦은 시간에 끼니 때우기 위해서 가까운 맘스터치에서 싸이버거로 요기를 하고, 큰넘을 기숙사에 데려다 주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바로 서울로 출발.
둘째는 집에 도착해서 독후감인지, 뭔지를 써야 한다고 해서 스타벅스에서 커피 뽑아서 서울로 달렸습니다. 신정에는 귀경하는 차량이 거의 없어서 씽씽 달릴 수 있었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11:45 둘째넘은 컴 앞에 앉고 저는 바로 곯아 떨어졌습니다.
근래 가장 바쁘고 알차게 여행한 게 아닌가 싶네요. 둘째넘 방학해 봤자 학원이나 학교 자율학습 없는 날 하루 나면 이런 식의 여행 밖에는 할 수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랜만에 여행이라 피곤했지만 알찬 가족여행이 되었던 것 같네요.